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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체험기] 아내의 뒤를 밟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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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드디어 아내의 뒤를 따라 성당을 가보기로 했다.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신앙생활을 어떤 모양으로 하는지를 도무지 알길 없는 외짝교우 아내의 남편은 너무나 열심히 성당에 다니는 아내를 두고 호기심 반, 의심반, 결심을 하게 된 모양이다. “도대체 신부가 얼마나 잘생겼기에 저렇게 성당에만 갔다 오면 방긋 방긋 웃으며 내게 잘 해주는거지?” 성당에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가끔 이야기 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물어보지도 않고 뒤를 밟았다.

그러나 웬걸 막상 성당 뒷자리에서 바라본 사제의 모습은 매력이 있어 보이기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아랫배는 불룩하고 머리 손질도 잘 안하는 듯 부스스한데다가 강론도 지루하여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 하지만 이 미사 말고도 다른 무언가가 있겠지.”

그렇게 하루 이틀 성당을 출입하던 남편, 결국에는 점점 알 수 없는 하느님의 매력에 빠져 세례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아내의 말없는 방긋방긋 미소작전이 성공한 셈이다.

짝교우 교리반도 해보았고, 전교를 위해 가두선교도 해보았지만 별 뾰족한 방법을 찾기란 힘들어서 올 봄에는 멀리에서 찾지 말고 가까운 이웃선교를 해보자고 선교위원들과 방침을 결정했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사실 가장 어려운 것이 이웃선교, 그 가운데도 배우자나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 더욱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두어 달 전부터 ‘예전과는 달리 가족이나 이웃들에게 좀 더 친절하게 미소도 지어 보이고 필요하다면 물량 공세도 하고 빵이나 과자를 투자하더라도 선교를 위해 좀 더 많은 사랑을 보이자. 그러고 나면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빵 하나라도 얻어먹은 사람이 양심상 한번은 나오지 않겠느냐. 나머지는 하느님께 맡겨드리자’고 당부를 했다. 그리고 예비자 교리반이 시작되었는데 오히려 가두선교때 보다 더 많은 예비자가 열심히 지금도 잘 참여하고 있다. 빵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임은 높은 출석률로도 느끼고 있다(하느님 감사합니다).

이번 예비신자 모집에 있어 전교왕은 단연 루치아씨였다. 평소에 좀 맹~해 보이던 자매라 교우들도 많이 놀란 눈치였다. 그 어려운 이웃전교를 어떻게 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냥 걱정이 돼서 단골로 가던 쌀집에 가서 한숨을 푸욱~ 내쉬고 있었더니 쌀집 주인이 궁금해하며 도대체 뭐가 걱정이냐고…. 그제서야 자매님은 이번에 성당에서 이렇고 저렇고 그래서 교리반에 누구라도 모셔가야 하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그랬더니 쌀집 주인이 선뜻 나서서 그러지 않아도 성당에 와보고 싶었다고 자원하셨어요”라고 했다. 거의 그런 모습으로 자매님은 쌀집 주인아저씨 부부뿐 아니라 백설 미장원 원장님, 과일가게 사장님, 동네 주유소에서 기름을 배달해주는 청년까지 모두 6명에게 결국에는 ‘고민하는 아주머니’의 표정으로 복음을 전했던 것이다.

국민들 가운데 가톨릭 선호도가 한때 70가 넘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성당 사람들이 좀 쌀쌀맞다는 충고도 아끼지 않는 이웃들 가운데 우리 동네 골목마다에서 오늘은 사랑의 주님과 함께 좀 더 밝고 친절한 미소를 나누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너무 근엄한 표정 좀 풀고 좀 웃어보세요 !!!”

이성구 신부 (대구 소화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8-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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