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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체험기] 나의 꿈은 장모님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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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예전 같으면 신부님이나 수녀님이 되겠다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우리 본당의 주일학교 친구들은 한결같이 수녀님이 되겠다고 하는 이사벨라를 빼고는 아직 별소식이 없다. 하긴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까이 지내던 동기신부들을 돌아봐도 한결같이 어릴 때는 별로 가망이 없어 보이던(?) 별난 악동들 아니었던가. 그래도 교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염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이의 꿈들이 너무 작고 구체적으로 바뀌어 간다는 이야기다.

“저의 꿈은 돈을 많이 버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하는 것입니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누가 내 꿈을 물으면 별로 생각나는게 없어서 막연하게 “푸른 풀밭에서 양을 돌보는 목동”이라 했다. 외형적으로는 조금 비슷해진 셈인데 왜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이나 음악가, 과학자, 대통령 같은 꿈을 꾸지 않는 걸까? 아마도 아이들은 그냥 좋아 보이는 일들을 꿈으로 삼을 테니 대개 가장 많이 듣고, 있어 보이는 직업을 꿈으로 삼게 될 것이다. 특히 살아가기가 더욱 고단해진 요즘 아이들이 듣게 되는 이야기는 ‘돈을 벌어야 인정받는다’는 투의 말들이라 생각된다.

아이들은 다만 조금 신체적으로 유약해 보일 뿐, 그 지성이나 감성은 천재에 가까울 만큼 탁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본당 어린이집과 주일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걸음마를 할 정도만 되면 그 아이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나를 웃게 만든다. 자기만의 특별한 모습으로 감사하고 기뻐하는 마음, 좋아하는 느낌을 표현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아이들은 어떤 고정된 표현으로 말하지 않아도 다만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교감할 줄 아는 귀한 꽃들이며 나비들이다. 참 맑은 녀석 스텔라, 4년 전 유치부였던 그 아이가 기도하던 모습에 내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한동안 보이지 않던 그 아이를 길에서 만나 나는 기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그도 잠시, 그 녀석은 주일이라 학원가는 일로 더 바쁘다며 서둘러 나를 지나쳐갔다.

자녀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남겨주고 알게 하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을 어찌 탓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맑고 고운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이며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그 사랑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정도는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소중한 것들(Good)을 우리 모두가 갖고 이룬다 하더라도 하느님(God)을 잃는다면 남는 것은 ‘0’ 허무일 뿐이라는 것을(GOOD - GOD = O), 무엇보다 하느님께 두손 모으는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가장 귀한 스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교우 가정의 모습들이 그러하겠지만 수녀님이 되고 싶다는 주일학교 친구 이사벨라는 매일 저녁 가족들이 모두 저녁기도를 드린다. 가끔 야근을 하는 아빠와 엄마에 대한 감사, 언니들과 며칠 전 새로 태어난 조카를 위해, 친구들과 함께 첫영성체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아마도 가장 소중한 사랑을 배우게 될 것이다. 가정은 가장 크고 힘 있는 사랑의 학교, 주님의 작은 교회이기 때문이다.

이성구 신부 (대구 소화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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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8-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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