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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체험기] “이그~ 잘! 싸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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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우들은 모였다~ 하면 좀처럼 잘 헤어지지 못하고 꼭 2차 모임들을 가지곤 한다. 자매들은 낮에 주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지만 형제들은 대부분 저녁에 모임들이 많다보니 ‘한잔’씩을 나누곤 한다. 일터에서 정신없이 부대끼며 살아가던 형제들이 함께 기도하고 말씀을 나누다보면 그런 넉넉한 만남이 많이 기다려진다고 하신다.

그러다보니 2차 회합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가운데 하나가 ‘딱 한잔’이라 절제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술 없는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집회 31, 27). 그런 이유로 본당신부도 ‘어쩔 수 없이’ 함께 어울릴 때가 있다. ‘잔을 드높이’… ‘주님 감사합니다’… 예수님의 사랑 가득한 만찬을 떠올릴 만큼 형제들이 흥겨운 자리를 만들면 영혼도 즐겁다.

본당으로 소임 맡아 와서 목요일 저녁이면 항상 맨 앞자리에서부터 성당을 가득 메우는 형제들이 너무나 고맙고 자랑스러워서 함께 했던 처음의 몇 번 회식자리, 한번은 아주 인상적인 친교의 시간을 지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단장님은 잔을 들어 환영의 축배를 제의하는 시간에 나를 환영해주었다. 과분한 칭찬과 적절한 유머로 잘 준비한 그 축배의 제의는 그날 저녁만찬을 아주 흥겹고 유쾌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나도 그 후로 그런 축배를 들 때가 되면 이왕이면 멋진 말로 며칠씩이나 준비하곤 했다. 부활이나 성탄 등 큰 축제를 준비하던 기억들을 하나 하나 칭찬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가히 그 기쁨의 식탁을 가장 아름답게 장식하는 꽃과 같은 선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축배를 위해서는 다양한 표현들을 쓰곤 하는데 대부분 긍정적이며 감사를 전하는 말들로 준비된다. 이를테면 “이상은 높게! 사랑은 깊게! 술잔은 평등하게!”. ‘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라는 의미의 “진달래”.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라는 의미의 “당나귀”. 또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카피처럼 “나이야, 가라!” ‘당당히 살자~ 신나게 살자~ 멋지게 살자~ 져주며 살자’는 의미로 “당신, 멋져”와 같은 재기넘치는 표현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우리 본당의 어르신들 사이에는 예전의 “9988”-“234”가 아니라 99세까지 팔팔(88)하게 건강하게 살다가 2, 3일 아픈 뒤에 죽지(4) 말고 ‘일어나자(1)’는 의미에서 “9988”하면 요즘은 “231”이라고 외치는 분들이 많다. 신앙인다운 발상이다. 말씀 안에 새로운 청춘의 봄을 맞이하는 기쁨이 231~! 하고 외치게 해준다.

‘보다 행복한 혼인생활’을 위한 ME(Marriage Encounter) 한국협의회에서는 도입 30주년을 맞아 요즘 새로운 구호를 만들었다. ‘이 그 잘 싸’.

이 구호는 “이유가 있겠지, 그럴 수도 있겠지, 잘 될거야. 사랑합니다”라는 긍정과 이해의 뜻으로 만들었고, 부부들이 함께 모이면 서로에게 이런 의미로 구호를 외치곤 한다. 물론 때로는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이유가 뭐야? 그럴 수 있어? 자~알 하고 논다. 사라져!!!”.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주님의 유일한 구원의 길은 사랑을 선택함에 있다는 것을! 날이 무더울 때면 자신만을 가누기에도 힘들겠지만 이번 주에는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런 구호로 서로를 축복하고 감사하며 따악 한잔~ 하는 것도 좋을 일이다. ‘이 그 잘 싸!!!’

※한국ME협의회 me.catholic.or.kr

이성구 신부 (대구 소화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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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8-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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