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8일
기획특집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목체험기] 그대와 함께 하는 천국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며칠을 아파 미사에 나오지 못했어요. 미안해요” - 힘들 때는 집에서 기도해주세요. 아이들 첫영성체가 있어요. “정말 신부님 보고 싶었어요.

궁금하지 않으셨어요?” - 왜요~ 걱정 많이 했어요. 건강 잘 돌보세요.

어르신들 가운데 몇 분들은 한동안 보이질 않다가 다시 힘겹게 나오셔서 진심으로 미사에 참여하지 못함을 아쉬워하고 미안해하신다. 미사에 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지 모른다며 더운 날에도 옷을 정갈하게 잘 다려입고 마치 미사를 봉헌하는 신부의 정성을 생각해서 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한두 번이라도 빠지면 그렇게 마음을 쓰는 모습이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른다.

교우들은 성당 가까이 살다보니 내 삶의 구석구석까지 관심을 갖고 다 알고 계신다. 어쩌다 밤새 TV앞에 시간을 다 허비하다 잠이 들어도 이튿날 아침이면 어떻게 하셨는지 죽을 쑤어와 검은 봉지에 담아 문앞에 걸어두고 가신다. 꼬깃꼬깃 접은 쪽지. “밤늦은 공부(?)는 건강을 해칩니다.”

도시 본당이라지만 자투리땅에 농사짓는 교우들이 많다보니 서로들 많이 나누기도 잘 한다. 게다가 성당마당에도 수확해 먹으라며 고추나 토마토, 피망, 깻잎, 딸기, 더덕까지 심어두어서 아침마다 그 마당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마치 시골 본당 마당처럼 넉넉한 풍경에 하느님의 사랑을 넘치도록 느끼게 될 때가 많다. 하느님은 얼마나 사랑이 많으신지. 그 사랑이 교우들 한분 한분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고 나는 그 주님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만으로도 감동하고 은혜로운 시간을 만끽하곤 한다. 이런 사랑 많은 교우들과 함께하는 천국의 하루 하루를 감사드린다.

지난 주간에는 또 다른 천국을 다녀왔다. 포콜라레 운동의 작은 결실인 ‘마리아의 폴리’는 해마다 3박4일 간 열리는 ‘성모님의 마을’인 셈인데 세상 가운데 살아가면서 그저 이상에 불과하다고 치부해버리기 쉬운 복음적인 일치와 화해의 정신을 실천하고 나누는 천국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당신을 잘 섬기겠습니다”라는 뜻으로 “CIAO~”하고 건네는 인사말과 친절한 웃음, 부드러운 미소, 활기찬 기쁨과 같은 모습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기다리지 않고, 먼저 사랑하기를 결심하는 포콜라레 운동의 영성에서 나온다.

나흘 간 우리는 어린이로부터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양한 세대와, 더러 외국인들이기도 했지만 만날 때마다 항상 내적인 기쁨으로 충만한 모습으로 인사하고 서로의 삶을 나누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마음껏 즐길 줄 알았으며 영적으로 기도할 수 있었던 천국과도 같은 시간을 지낼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체험이 강할 때마다 그곳에 아름다운 ‘초막을 짓고 머물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천국의 시간, 세상의 걱정이나 욕심, 혹은 이기적인 마음과는 전혀 다른 친밀함이나 일치 안에 그저 머무르고 싶을 때 또한 우리는 새로운 하늘과 땅을 향해 떠나야 함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늘나라는 그저 성전이나 거룩한 집회에만 국한되지 않는 사랑의 신비다. 언제나 누구와든, 어디서든 우리가 그 말씀에 일치하여 사랑하기를 다짐하면 바로 그곳이 천국, 사랑하는 그대로 인해 어디서나 행복한 천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포콜라레 www.focolare.or.kr

이성구 신부 (대구 소화본당 주임)

그동안 집필해 주신 이성구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8-08-0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9. 28

로마 4장 19절
백 살가량이 되어, 자기 몸이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고 사라의 모태도 죽은 것이라 여기면서도, 믿음이 약해지지 않았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