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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군종신부!] (32)

여복(?) 많은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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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부에게는 5대 복(福)이 있다고 한다. 주방아주머니 복, 수녀 복, 사목회장 복, 사무장 복 그리고 신자 복. 이 다섯 조건이 잘 맞으면 아무 불편없이 사목을 잘 할 수 있다는 뜻일게다.
 그런데 군 성당에는 대부분 주방 아주머니와 사무장, 수녀님이 없다. 사무장 대신 군종병이 있는데, 군종병 잘 만나는 것도 큰 복이다. 그래서 사목회장 복과 신자 복, 군종병 복만 있어도 군 사목을 잘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군 생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갔던 자운대본당에는 수녀님이 다섯 분이나 있었다. 나는 여복(?)이 많은가 보다. 왜냐면 사단 성당 두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녀님이 있는 성당에만 갔기 때문이다. 연세 많은 수녀님 세 분과 젊은 수녀 두 분이 각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했다.
 부임 후 얼마 되지 않은 추석 무렵이었다. 전부 고향에 가지 못했기에 군종병 세 명과 수녀님들과 수녀원에 모여 윷놀이를 했다. 세 팀으로 나눠 한판에 각자 5000원씩을 걸고 했다. 신나게 웃으면서 윷놀이를 한 후 음식을 나눴고 이튿날엔 성당 뒤쪽 산으로 등산도 했다. 이 성당에 오래 있었던 연세 많은 수녀님은 5년 만에 처음으로 등산을 했다며 힘들어하면서도 뿌듯해 했다. 하산 길에 밤도 많이 주워 와서 맛있게 삶아 먹고 행복한 추석을 보냈다.
 수녀님이 있는 본당에서 주로 사목하다보니 수녀님용 차량을 구입해주는 재주도 생긴 것 같다. 행정학교와 특전사에 있을 때도 수녀님 출퇴근용 차량을 구입했는데 자운대본당에 와서도 수녀님 차량을 구입해야만 했다.
 내가 부임하기 전에 수녀님 다섯 분이 경차를 타고 대구까지 갔다 왔다 하면서 시동이 꺼져 큰일 날 뻔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수녀님들이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상당히 힘들었을듯 해 사목회장님에게 먼저 말씀드리고 사목회 결정을 거쳐 승용차를 한대 샀다. `장롱면허`수녀님 연수까지 시키려니 정말 진땀이 났다. 운전을 가르치다가 엄청나게 싸운다는 이유는 그때 알았다.
 현재 사목하는 통일대본당도 수녀님이 한 분 있다. 36사단 백호성당이 공소였던 시절에 우리 수녀님이 훈련병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려고 오갈 때 그곳 신자들이 매번 차를 태워주었다. 그런데 그 공소가 본당으로 승격되면서 그 일이 힘들어지자 교구청에 연락해 도움을 청했다.
 마침 운행하지 않는 경차가 한대 있다는 것이었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 경차가 우리 성당에 와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수녀님들이 특수상황인 군 성당에 부임하면 일반본당과는 매우 다른 모습 때문에 힘들어한다. 군 경험을 한 신부님들도 적응하기 힘든데 수녀님들이야 오죽하겠나싶다.
 군종 수녀님들! 하느님 사업을 하시는 것이니 힘내시고 특수상황에 있는 군인들을 더 많이 사랑해주시고 감싸주시고, 잘 가르쳐 주세요. 그리고 많이 웃으시면서 군인들에게 예수님의 사람을 전해주세요.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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