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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 천사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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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님, 성당이 작아요"

국방의 의무 때문에 우리나라 대부분의 남자는 병사로 군에 입대한다. 직업 군인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부사관 또는 장교로 지원해 오랫동안 군 복무를 하게 된다. 대개 남자들만의 세계였던 곳이 군대였다.
 그런데 여군들 숫자가 많아져 요즈음엔 거의 모든 병과에서 남자군인들과 똑같은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여군이 되는 과정 중 한 곳이 국군간호사관학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앳된 얼굴로 어색한 군복을 입고 임시입교 기간을 보내면서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엔 군복이 안 어울린다.
 간호사가 되는 공부를 하면서 또 장교가 되는 군사훈련까지 받아야 하기에 참 바쁘고 고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아 맘이 안쓰러웠다. 어린나이에 부모와 형제, 친구들을 떠나 엄격한 기숙생활을 해야만 한다. 동기들과도 잘 지내야 하지만 또 선후배들 간의 관계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니 얼마나 엄마 아빠가 보고 싶고 집에도 가고 싶겠는가. 그들도 주말 외박을 무척 기다린다. 그 외박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나도 신학교 시절 무척 외출을 기다렸다. 외출이 정지되면 상당히 참기 힘들었다.
 이들이 나오는 성당은 국군대전병원 병사들과 환자들을 위해 지어진 루카성당이다. 억지로 100명가량 앉을 수 있는 조그마한 성당인데, 간호사관학교생도들과 의무 주특기를 받은 병사들이 같이 사용하게 되니 더 비좁다.
 교육관에도 생도들을 위한 방 하나에, 환자 병사들과 기간병들을 위한 방이 하나뿐이어서 서로 불편하게 지내고 있었다. 생도들도 학년별로 방이 있었으면 했고, 환자병사들과 기간병들도 자기들만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성당 증축을 결심하고 모금을 시작했다. 그런데 생도와 병사들뿐이니 기금 마련이 막막하기만 했다. 때마침 주교님께서 자운대성당을 방문하시게 됐다. 루카성당 임원들과 생도대표와 회의를 통해 생도들이 주교님을 위한 미니 콘서트를 준비하기로 했다. 속된 말로 `아양을 떨` 준비를 했던 것이다. 생도 30여 명이 목숨과도 바꾸지 않을 외박을 성당증축을 위해 반납했다. 그만큼 성당 증축이 시급했다는 뜻이다.
 미사가 끝날 무렵 공지사항 시간에 미리 준비한대로 생도들이 제대 앞으로 나왔고, 주교님을 제일 앞자리에 모시고 정말 예쁘게 노래를 불렀다. 눈치 빠른(?) 주교님께서 "너희들 외박도 포기한 걸 보니 뭐 부탁할 것이 있지" 하셨다.
 이때 생도회장이 나와서 "우리 성당이 너무 작으니 성당 증축을 건의합니다!"하고 말했다. 주교님께서 흔쾌히 허락하시고 은인까지 맺어주심으로써 증축을 위한 시동을 걸어주셨다. 지금도 꾸준히 모금을 하고 있단다.
 졸업하는 생도들도 더 좋은 환경에서 후배들이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성당증축을 위해 목돈을 모아 봉헌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어서 예쁜 성당이 세워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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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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