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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사제가 쓰는 병영일기] 한 젊은이의 꿈 : 미래에 대한 기억

임성호 신부·군종교구 비룡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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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5일 의정부교구 적성성당에서 토요 특전 첫 미사를 봉헌했던 날이다. 마침 이날은 한국 성직자들의 주보이신 성 김대건 사제 순교자 축일이었다. 적성에는 군 성당이 주위에 없는 이유로 해서 토요일마다 인근 부대에서 많은 신자들(300여 명)과 예비자 신자들이(20여 명) 미사와 교리를 위해 적성성당을 찾는다. 토요일마다 적성성당은 군인 성당으로 변신한다.

경기도 적성은 삼국시대 이래로 6·25 전쟁까지, 경기 북부 지역의 교통 요지이면서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었다. 전쟁 전 개성본당을 중심으로 많은 신앙 공동체들이 있었고, 지금도 그 역사를 잇는 신암리성당(100년 전통)이 있다.

적성성당 건립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증언에 따르면, 적성성당은 어느 병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일이다. 가월리에 있는 부대에서 군 생활을 했던 오웅진 일병이 신앙생활과 미사를 드리고 싶어, 적성에 조그마한 성당을 짓고자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으며 여러 우여곡절 끝에 김추기경님을 모시고 공소를 지어 축성을 하게 되었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후 그 오 일병은 제대 후 신학교에 들어갔고, 지금은 사제가 되어 가난한 이들의 목자가 되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한 군인이 지녔던 순수한 마음이 현재 적성성당이 이뤄지는 계기가 되었다. 저 옛날 소년 김대건 안드레아가 큰 꿈을 품고 이국땅으로 떠나며 지녔던 마음이 주님의 은총으로 그로 하여금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목자가 되게 했던 것처럼, 이 곳 적성성당은 한 젊은 군인의 순수한 열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지금도 적성성당에는 젊은이들에 대한 새로운 꿈을 꾸는 분을 만날 수 있다. 그 분은 바로 본당 신부님(조원행 야고보)이시다. 신부님은 언제나 잔잔한 입가의 미소로서 병사들을 맞아 주신다. 매주 느끼는 바지만, 미사 후에 병사들에게 나눠 주시는 간식은 단언하건데 양과 질적인 면에서 전국 최고다! 또 그 속에 담긴 정성도 너무나 깊고 따뜻하다. 간식이 전부는 아니지만 풍부한 간식은 많은 병사들에게 큰 신앙의 계기가 되는 것이, 군종교구에서 얻어 만나는 신비라면 신비다. 간식 봉사를 위해 오시는 분들도 매우 다양하다. 서울에서 일산에서 의정부에서 덕정에서 형제자매님들이 매주 오셔서 간식 봉사를 해 주신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본당 신부님께서 매주 여러 지인들을 연결해 주셔서 성심 성의껏 마련된 간식은, 간식이기 이전에 관심이요 사랑임에 분명하고, 또한 그 분들의 나눔과 배려는 젊은 군인들에게 자모이신 성 교회의 사랑을 체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정말이지 화끈하게 잘 챙겨주시니 감사하고 고맙고 힘이 난다. 여러 곳에서 민간 성당과 군 성당이 합동으로 이렇게 좋은 만남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을 쓰면서 본당 신부님이 품고 계시는 꿈이 뭘까? 또 앞으로 젊은 군인들 삶 속에서 어떤 종류의 열매를 주님께서 좋은 결실로서 맺어 주실까? 하는 궁금증을 새삼스레 가져 보지만 그 답은 분명하다. 꿈은 이루어진다! 주님 안에서 품은 좋은 꿈은 분명 이루어진다. 적성성당의 시작에서부터 그리고 지금의 본당 신부님을 통해 새롭게 군 사목에 대해 한 수 배우고 있는 중이다. 미래에 대한 기억이라는 말이 비록 물리 법칙에 맞지 않는 말일지 모르지만, 이 곳 적성성당에서 이 말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주님 안에서 살고자 원했던 한 젊은이의 꿈이 있는 적성성당. 또 주님께서 젊은이들에게 하고자 원하시는 일을 사랑하시는 사제가 계신 곳. 그리고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바를 위해 기꺼이 주님께 나와 젊은 군인들에게 봉사하길 진정으로 원하는 모든 이의 마음. 그것은 분명 하느님 나라를 열매 맺는 미래에 대한 기억이 될 것이다. 군 사목을 하는 이들에게는 늘 새로운 꿈이 있다. 그 꿈은 젊은 병사들에 대한 사목이다.

4월! 적성성당은 작은 시골본당이지만 젊은 군인들을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성당이다. 군 사목을 위해 도움과 배려, 봉사를 아끼지 않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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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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