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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체험기/김영근 신부] “아이들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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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훈련’ 과정의 하나로 ‘건강한 마음 회복하기’라는 활동을 하기 위해 교사와 학생 전원이 한적한 어느 숲 속 집을 찾아들었다.

아직 이른 봄이라 숲의 푸르름은 없지만 산뜻한 바람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풀어 주리라 생각한 것이다.

아이들 마음속에 겹겹이 쌓인 한(?)덩어리를 풀어내기 위해 미술활동과 소시오 드라마를 함께 펼쳤다.

하지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미술활동 장면 장면마다에 아픔들이 배어나온다. 아, 그리고, 그리고 내가 진행한 소시오 드라마에선 그들이 어렸기 때문에 결코 풀어내지 못했던 감정들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토해낸다. 울컥 울컥. 눈물 콧물 쏟아낸다.

마음열기가 어렵고 어색하여 어수선하던 방이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난데없는 ‘진지 무드’로 돌입한다. 자기 이야기를 연극으로 풀어내는 아이에게로 모든 시선이 고정되고 침묵이 흐를 땐 개미 지나가는 소리도 들릴 정도다.

정말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무너지고 목이 멘다. 교사들이 연신 눈물을 찍어낸다. 아주 조금 보여줬을 뿐인데…. 교사들이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꼬옥 안아준다. 그런 아픔을 안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니….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너, 참으로 대단하구나.

다 끝나고 나서 한 녀석이 나와 단 둘이 있을 때 조용히 이야기한다.

“이젠 슬픔이 없어졌어요. 그동안 많이 슬펐는데….” 한다.

또 한 녀석은 평소에 내게 별로 스킨십을 안 하던 아이인데 뒤에서 나를 안아 온다.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우리 사회의 상업적 자본주의에 의한 갖가지 병적인 가치관으로 어린 아이들은 심각한 상처에 노출되어 있다.

방치, 방임, 버려짐 그래서 따뜻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람,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현장에서는 입시교육만 하고 있고, 어디서건 따뜻한 인간적 접촉은 찾아보기 어렵다.

너나 할 것 없이 그것을 갈구하건만. 인격적 접촉이 없는 사회에서는 인간이 아닌 괴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우리는 ‘사이코 패스’가 출현하는 것을 결코 남 얘기로 보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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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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