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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빛을①] 왜관수도원장 이형우 아빠스 인터뷰 및 성 베네딕도회 약사

성 베네딕도회 한국 파견 100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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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베네딕도회가 한국 파견 100주년을 맞았다.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도미니쿠스 엔쇼프ㆍ보니파시오 사우어 신부를 파견, 경성부 동부 숭신방 백동(현 서울 혜화동)에 수도원을 세운 게 1909년 2월 25일이니 올해로 꼭 100돌이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이를 기념해 올 한 해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한다. 이에 올해 창립 21주년을 맞는 평화방송ㆍ평화신문(사장 오지영 신부)도 성 베네딕도회 역사와 발자취를 돌아보고자 새 기획 `세상에 빛을`을 마련한다. 이에 앞서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겸 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 이형우 아빠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겸 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 이형우 아빠스
    4일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화창했다. 화재로 소실되지 않은 기존 수도원과 이어져 ㅁ자 형태로 새로 짓는 수도원 건축물은 착착 올라가고 있었다. 그 샛길로 이형우 아빠스가 걸어왔다. 천생 `수도자` 모습 그대로였다. 반갑게 취재진을 맞아주는 이 아빠스와 허름한 수도회 안내실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 파견 100주년을 맞는 소감이 궁금했다. 이 아빠스는 "1909년 당시 설립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았던 성 베네딕도회 오틸리아 연합회는 도무지 극동에 회원을 파견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수도자 파견 거절 서한을 받지 못한 조선대목구장 뮈텔 주교께서 독일을 방문, 그 자리에서 총아빠스를 설득해 파견 약속을 받아낸 것은 하느님의 섭리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100년은 서울 백동수도원 시기를 거쳐 덕원수도원과 연길수도원이 해산되고 순교가 강요되는 형극의 시간이었고, 6ㆍ25전쟁 중 피란과 굶주림의 고난 속에서도 수도생활의 끈을 놓지 않고 새 터전을 닦은 나날이었으며, 57년에 걸쳐 왜관에 뿌리를 내린 세월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잊으셨다`고 여길 정도로 인내의 한계를 넘나든 고난의 세월이었지요. 그런데 그런 고난 속에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감싸주시고 안아주시고 업어주셨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러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성 베네딕도회는 2007년을 `정화의 해`로, 2008년을 `성화의 해`로 보냈고, 올해는 슬로건을 `모든 일에 있어 하느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도록`(「베네딕도 수도규칙(Regula Benedicti, RB)」 57,9)으로 정해 `감사와 축제의 해`로 지내고 있다.

 이 아빠스는 "북녘 땅과 만주에서 순교한 선배들의 믿음과 용기는 우리의 굳건한 모범이자 길잡이"라며 "특히 이 땅에서 한 삶을 바치신 독일인 수도형제들의 헌신과 노력은 결코 잊을 수 없다"고 고백했다.

 선배 수도자들의 헌신을 통해 성 베네딕도회는 지난 100년 동안 선구적 발자취를 한국교회에 남겼다. 숭신학교와 숭공학교 설립, 왜관ㆍ부산ㆍ서울 피정의 집 설립, 출판사업이나 시청각 자료 제작 보급, 나환우촌 설립 등이 그것이다.

 이 아빠스는 특히 전례를 통해 한국교회에 기여한 부분도 상기시켰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한국에서 새로운 전례 교육과 새로운 신학이 태동한 산실도 왜관수도원이었다는 것.

 그래서 이 아빠스는 `은총의 희년`인 올해를 하느님과 선배 수도형제들에게 감사하며 축제의 해로 보내고 있다. 그 축제는 △한국 성 베네딕도회 수도자 모임(12~13일)을 시작으로 △한국 성 베네딕도회 역사 심포지엄(9월) △안셀름 그륀(뮌스터 슈바르작 수도원) 신부 초청 강연회(9월 18~24일) △성 베네딕도회 총연합 총재 아빠스 회의(9월 21~25일) △100주년 기념음악회(9월 23일) △성 베네딕도회 한국 파견 100주년 기념미사(9월 25일) △알빈 신부 전시회(11월 16~22일) 등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이 아빠스는 이 축제를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수도자로서 신원을 확인하고 또 다른 100주년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지난 2004년 영성과 건축, 전례, 역사라는 네 분야로 나눠 짠 마스터플랜에 따라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영성 분야에선 베네딕도회적 삶을 살도록 변화ㆍ쇄신하고, 전례 분야에선 「2주간 성무일도서」를 제작 중이며, 건축 분야에선 당초 60명을 기준으로 설계된 수도원을 현재 146명에 이른 회원들이 제대로 수도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신축하며, 역사 분야에선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 노르베르트 베버 아빠스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번역 출간하고 겸재 정선의 화첩을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특히 역사자료는 전쟁으로 대부분 잃어버렸지만, 다행히 독일 수도원에 한국에서 보낸 보고서와 사진, 영상 필름, 겸재 정선의 화첩까지 남아있어 한국 성 베네딕도회 역사 복원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당면과제로 2007년 4월 6일 화재로 소실된 수도원 구관 신축 공사를 꼽은 이 아빠스는 "새 수도원은 서울과 덕원, 연길, 왜관 수도원의 100년 수난과 역사를 한데 응집하겠다"면서 "다만 140억 원으로 추산되는 공사비가 아직 20~30억 원 가량 모자라는데, 새 성당에서 100년간 저희 수도회에 큰 은혜를 베푸신 하느님께 찬양을 드릴 수 있도록 후원을 부탁드린다"고 한국교회에 호소했다.

 1946년 황해도 재령 태생인 이 아빠스는 1965년 왜관수도원에 입회, 1974년 2월 15일에 종신서원을 했고 곧바로 로마 유학을 떠나 1977년 7월 11일 사제품을 받았다. 1984년 아우구스티노대학에서 교부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 수도원 청ㆍ지원자 지도신부 겸 수도원 역사 편찬 책임자를 거쳐 구미 원평ㆍ대구 대명동본당 주임, 왜관 피정의 집 주임, 왜관수도원 부원장, 봉헌회 책임자를 지내고 2001년 8월 제4대 아빠스로 선출됐으며, 2005년 11월 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에 임명됐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사진=전대식 기자 jfaco@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걸어온 길   


가톨릭평화신문  200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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