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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향기 with CaFF] (10) 국가부도의 날

진실 대하는 방식, 가치관 따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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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국가부도의 날’ 포스터.



세상에는 특유의 감각이나 체험으로 진실을 읽어내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진실을 대하는 방식은 그 사람의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진실을 통해 사람들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철저히 자신이나 자기 부류를 위해 상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는 1997년 우리가 맞은 IMF 위기 상황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이들의 이야기이다. 1996년 12월 OECD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GDP 1만 달러로 경제선진국에 진입했음을 자축했지만 실제로 국가 부도의 위기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인 한시현(김혜수 분)은 이 위기 사실을 윗선에 알려 비공개 대책팀을 꾸리고 밤낮없이 피해를 줄일 방안을 찾았고, 금융맨 윤정학(유아인 분)은 회사에 사표를 내고 투자자를 모아 돈뭉치로 배팅한다. 엘리트 해외파 재정국 차관(조우진 분)은 지인과 대기업 총수일가에 정보를 알려 대책을 촉구한다.
 

위기가 다가올수록 세 사람의 향방은 철저히 갈라진다. 한시현 팀장은 국민들에게 이 상황을 알려서 스스로 대비하게 하자고 하지만 재정국 차관(국가 권력)은 그들의 의견에 건건이 각을 세우며 국민이 모르도록 종용하고, 비밀리에 IMF 총재를 입국시킨다. 금융맨 윤정학은 진실을 알리지 않는 정부에 화를 내고 자신은 절대로 속지 않겠다고 외치며 달러와 헐값으로 떨어지는 집들을 사들인다.
 

1997년, 당시 서민이었고 지금도 서민인 나는 국가의 정책은 당연히 국민을 위한 선택이고, 국가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어서 IMF를 맞이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진실은 달랐다. 한시현 팀장의 입을 빌려 주변국으로부터 차관을 들여오는 방법도 있고, 어쩔 수 없다면 국가는 자국민을 위해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하거나 뒤엎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외환위기에 있는 나라를 구한다는 IMF의 정신은 어디로 가고, 쓰러져가는 나라를 상대로 부유한 나라들이 장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무조건 선결 조건에 응답하라는 터무니없는 제안을 정부는 수락한다. 모든 종금사는 부도 처리하고 금리는 30대로 올리고…. 그 결과 1997년 12월부터 1998년 1월 사이 기업 3000여 곳이 도산하고, 많은 직장인이 거리로 내몰렸다. 국가의 잘못된 선택으로 갑수(허준호 분)같은 선량한 서민들이 고통과 생명을 감당했다.
 

영화가 가진 기능 중에 오락 기능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시대나 상황이 지녔던 진실을 알게 하고, 경험 너머 세계를 바라보게 하는 사회적-통찰적 기능은 매우 소중하다. 영화는 모두가 겪어낸 역사를 복기하며 통찰하게 한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한 젊은이(한지민 분)를 통해 진실은 기억하고 추구하는 이들에 의해 이어짐을 보며 희망을 갖는다.

▲ 손옥경 수녀 성바오로딸수도회 가톨릭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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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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