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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주추 놓고 나는 세우고 : 최양업 신부의 편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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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경하올 사부님께, 지극히 비천하고 순종하는 아들 토마스 양업이 엎드려 절합니다.”

지난 3월 1일로 탄생 200주년을 맞은 최양업 신부(토마스·1821~1861)가 남긴 편지를 읽다 보면 곳곳에 눈물 자국이 번질지 모른다.

“저는 밤에만 외교인들 모르게 교우촌에 도착해야 하고…새벽 동이 트기 전 그곳을 떠나야 합니다.”(122쪽)

‘땀의 증거자’ 최양업 신부가 마카오 파리외방전교회 극동 대표부 책임자이자 신학교 스승이었던 르그레즈와(Pierre-Louis Legregeois) 신부 등에게 보낸 19통의 라틴어 편지를 모은 「너는 주추 놓고 나는 세우고」는 독자들로 하여금 때로는 눈물 짓게 하고 때로는 환호의 박수를 치게 만든다.

책에 실린 6통의 편지는 최양업이 부제로서 조선 입국을 위한 노력과 심정을, 김대건 신부와 순교자들 이야기를 라틴어로 옮기게 된 정황을 담고 있다. 나머지 편지는 사제가 된 후 조선에 입국한 정황과 조선에서의 사목활동, 신자들의 생활, 사목자의 내밀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울러 책에는 새롭게 발견된 만주대목구장 베롤 주교에게 보낸 두 통의 편지와 한국천주교회의 간략한 역사, 당시 사용된 교회 용어 해설도 수록돼 눈길을 끈다.

편지에는 매년 5개 도에 산재해 있는 120개가 넘는 공소를 순회하기 위해 7000리 이상을 걸었던 땀의 증거자의 걸음걸음과 그에 밴 숨결이 생생히 전해진다. 조선 실정에 맞는 선교방법에 대한 제안, 특히 방인사제로서 홀로 사목일선을 뛰어다니며 겪은 다양한 고초와 노고, 동료 김대건 신부에 대한 그리움, 점점 소진되는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고백하는 모습에서는 이 땅에 남은 유일한 방인사제의 고뇌가 읽힌다.

그의 편지를 읽다 보면 이 땅의 신자들에게 ‘신앙’이 가져다 주는 기쁨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그를 위한 ‘신앙의 자유’가 얼마나 간절한 것이었는지 새삼 돌아보게 된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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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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