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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태 작가 ‘구순을 사는 이야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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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구십, 이제야 자유로워진 것 같습니다.”

평생을 조각에 투신한 최종태(요셉) 작가가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구순(九旬)을 사는 이야기’전을 개최하며 이같이 밝혔다.

최 작가는 어릴 적부터 문학적 감수성이 탁월해 한때 문학도를 꿈꿨다. 하지만 1953년 ‘문학세계’에 게재된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고(故) 김종영(프란치스코·1915∼1982) 선생의 작품 ‘여인 나상’을 접한 최 작가는 조각을 전공하기로 결심하고 1954년 서울대 미술대학에 입학했다. 이후 김종영 선생의 가르침을 받았고, 2002년에는 김종영미술관 관장도 맡았다.

“김종영 선생이 돌아가시기 1년 전, 저에게 ‘미술은 신과의 대화가 아닌가’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말을 이해하는 데 40년이 걸렸어요. 자유로워지는 것이지요. 머리를 비우면 그 빈자리에 하느님이 들어옵니다. 그러면 어떤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고 작업할 수 있게 됩니다. 제 작품을 보는 관객들도 저의 이런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하느님에 대한 기쁨, 사랑, 자유 말이지요.”

한국미술계는 최근까지도 서구 동시대 미술에 뒤처지지 않고 발맞춰 나가는 것을 최대과제로 꼽았다. 이런 세태 속에서도 한국적인 것에 대한 모색은 중요한 과제였다. 하지만 추상화가 서구 미술의 대세를 이루자, 한국미술계는 이에 편승하고자 했다. 이런 시류에도 불구하고 최 작가는 동서고금을 통해 조각의 주된 소재인 사람만 조각했다. 그중에서도 여인상을 주로 제작했다. 그는 “철학자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여성적인 것이 영원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여성적인 것이 사람의 마음을 청량하게 하고 우리 정신을 높은 곳으로 이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도 표지 작품은 ‘성모상’이다. 또 기도하는 여인들을 다룬 작품이 주를 이룬다. 최 작가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작업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영원성을 담은 기도하는 여성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성모상과 기도하는 여인을 중심으로 조각과 판화, 드로잉 등 7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아흔이 돼서야 비로소 자유로워졌다는 최 작가는 지금도 하루에 10시간씩 작업에 매진한다. 그는 “자유를 느끼면서 작업에 푹 빠지니까 아직도 일을 할 때는 청년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작업은 계속 할 생각입니다. 우리 역사에 반가사유상이 있습니다. 영원한 평화를 생각나게 하는 맑고 깨끗한 작품이지요. 쉽지 않겠지만, 그런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마지막 목표입니다.”

김종영미술관 박춘호(토마스) 학예실장은 “최종태 작가의 작업 여정을 보면 인간에 대한 애정이 예술의 근본임을 깨닫게 된다”며 “이번 전시가 노(老) 조각가의 연륜이 쌓인 통찰을 통해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이 힘든 시기를 지혜롭게 헤쳐나갈 위안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이어진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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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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