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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피아니스트’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진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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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이진상입니다.”
누구를 만나든 이렇게 소개한다는 피아니스트 이진상(안토니오·40)씨. 하지만 ‘피아노 치는 사람’으로만 표현하기에 그의 이력은 무척이나 화려하다.

그는 서울예고 수석 입학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 입학, 부산 음악콩쿠르 대상과 중앙 음악콩쿠르 1위 등을 연이어 석권하며 한국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05년 쾰른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2008년 홍콩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제무대에서도 명성을 쌓았다.

2009년 스위스 게자 안다 콩쿠르에서는 동양인 최초 우승과 동시에 대회 최초로 슈만상, 모차르트상, 청중상 등 모든 특별상을 휩쓸며 세계 음악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카리스마를 겸비한 지적인 음악가’, ‘한 명의 완전한 예술가’, ‘고통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시적인 소리’라는 평론가들의 극찬과 대중의 열렬한 호응을 얻으며 세계적인 음악가로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미 30대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대열에 들었고 대학 교수직도 맡았지만 그는 “모든 상황은 기적과 같았다”며 “그저 ‘피아노 치는 이진상’으로 불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저는 피아노 치는 사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작곡된 작품을 연주로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셈이죠. 피아노 치는 사람으로서 운이 참 좋았습니다. 피아노에 앉게 해 준 부모님부터 재능을 발견해 준 선생님 등 적재적소에 은인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모든 순간이 기적과 같았어요.”

그러면서 이런 마음가짐이 신앙과 깊은 연관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원래 개신교회에 다녔지만, 아내 집안이 독실한 가톨릭 신앙을 이어와 저도 자연스레 세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홍콩에 거주하면서는 냉담 중인 아내에게 제가 먼저 성당에 가자고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독일로 유학을 떠난 그는 세례를 받기 전이었지만 공연 전후 늘 성당에 들어가 ‘감사합니다’라는 기도를 하고 나왔다. 그는 “긴장된 상황 속에서도 성당에 들어가 그렇게 기도하고 나오면 무언가 깨끗하게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때의 기억이 아내를 성당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내년 2월에 있을 홍콩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에 대해선 “신앙의 고향에 가는 기분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2000년을 이어온 교회 역사는 당연히 알아야 합니다. 마치 첫사랑을 만나는 느낌으로 말이죠. 찬양, 수난 등 대부분 연주곡에 신앙이 담겨있기 때문에 곡을 해석하면서 신앙적인 위로도 많이 받습니다. 명인들의 기교 차원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함께하심을 느끼는 것이지요.”

음악의 세계에선 늘 최고의 자리에 있었지만, 그는 이러한 예술의 영역을 넘어 삶 자체에 있어서 본질적인 부분을 중요시했다. 그는 “피아노는 내 목소리고 손가락과 같은 존재지만, 설명하기 힘든 애증의 관계”라며 “실제로 중간에 그만둔 적도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일말의 세속적인 욕심 없이 하고 싶은 연주를 하는 음악인으로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프로의 세계는 너무 냉정하고 돈과 성과가 중요한 기준이 되곤 하죠. 전 프로 연주가보다 아마추어 연주가로 살고 싶습니다. 아마추어처럼 얼마나 더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할 수 있냐에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연주했을 때 반응도 더 좋았습니다.”

그러면서 “신앙생활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며 “어떤 결과물이나 성과를 바라며 은총을 내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낼 때 감사함이 따라온다”고 말했다.

“지금껏 이룬 성과는 저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배고픔과 간절함을 늘 기억하면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못해도 상관없고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지금 이 순간 곡을 연주하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 정도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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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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