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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침묵으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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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해도 언제나 고요함 속에 머무르며 침묵으로 말해온 이들이 있다. 「그들은 침묵으로 말한다」는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회 수도자의 단상을 엮은 책이다.

1877년 프랑스 농가에서 태어난 오귀스탱 길르랑은 1900년 사제품을 받은 후 1916년 스위스에 있는 카르투시오회 수도원에 입회했다. 이후 1940년 프랑스 본원으로 옮겨가 이곳에서 선종 때까지 머물렀다. 그가 선종한 후 발견된 글들이 순차적으로 출간됐는데, 이 책은 1953년 발간된 「카르투시안의 침묵」과 1년 뒤에 나온 「카르투시안의 음성」을 번역한 것이다. 출간 당시 이탈리아와 프랑스, 영국 등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카르투시오회 수도자들은 평생 세상과 담을 쌓고 ‘침묵과 고독’을 삶의 근본으로 살아간다. 이들은 독방에서 생활하며 침묵과 고독을 통해 성령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고 하느님과의 일치를 추구한다. 정해진 시간 외에는 대화가 금지되고, 식사도 하루 한 끼로 제한된다. 고독과 침묵을 기도로 이겨내며 죽어서도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 이들만 수도원에 남을 수 있다.

침묵과 고독의 삶을 살았던 봉쇄수도원 수도자가 지금의 우리에게 보낸 이 편지들은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고요한 울림을 전한다. 본인을 내려놓고 하느님과 오롯이 일치하려는 그 고백 한 장 한 장이 세상의 숱한 소음으로 괴로워하는 우리 마음에 와 닿는다.

“우리의 침묵은 죽음의 침묵이 아닙니다. 우리의 침묵은 성소의 거룩한 평화이고, 우리의 작은 수가(收家)는 우리 영혼처럼 어떤 분이 차지하고 계십니다. 주님은 우리의 시간을 잡고 계시며, 순간순간을 충만하게 하십니다.”

평생을 하느님과의 일치를 위해 살아간 길르랑 신부의 시각은 세상의 시각과는 좀 다르다. 남과 비교하거나 남을 향한 경쟁이나 시기, 질투가 아니라 내적 수행과 하느님과의 관계에 집중한다. 그리고는 약함이나 부족함에서 무한한 능력과 겸손을 발견한다. 또 일상의 사소한 것들은 곧 지나갈 것들이며, 우리는 이것을 해결하는 ‘사랑의 하느님’을 바라보기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상에서 오는 사소한 일들로 인해 마음이 너무 산란해지지 않게 하십시오. 영혼이 지닌 위대함에는 덧없는 모든 산란함을 넘어서게 하는 능력이 있으며, 그저 지나가는 무상한 것을 통해서도 영원한 것에 손을 뻗어 닿게 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의 원인이나 상황은 단지 수단에 불과합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는 추천사에서 “신부님의 편지가 오늘 우리의 마음 밭에 성령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씨앗이 돼 하나하나 뿌려진다”며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고 동화돼 고요와 평화 안에 머무르는 길을 열어준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책이 침묵의 고요 속에 머무르는 한 수도승을 만나고, 그 수도승과 함께 조금 더 깊은 영성의 삶으로 나아가는 길에 좋은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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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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