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에트로 루포(Pietro Ruffo) 작가가 국내 첫 개인전 ‘인류세, Anthropocene’를 마련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고 인간 이기심을 언급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피에트로 루포 작가의 프리덤(Freedom·자유) 시리즈와 인류세(Anthropocene) 시리즈 작품 총 1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자유를 상징하는 잠자리를 통해 작가는 자유의 강한 힘과 연약함 두 가지 속성을 나타낸다. 인류세 시리즈에서는 세계 각국의 당면 문제인 기후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복합적인 이미지가 빼곡히 들어선 형태의 그의 작품들은 작품 속 조각들이 핀셋으로 세밀하게 고정돼 있다. 이는 인간이 주도한 기후변화, 그로 인해 해체되고 무너질 것들을 인간 스스로 자초했고 이것이 곧 혼란으로 다가올 것임을 표현하고 있다.
피에트로 루포 작가는 197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다. 존경받는 이탈리아 작가 중 한 명으로, 해외에서 주목받고 떠오르는 작가들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다울랭 갤러리(관장 김지언)가 자연과 인류 공존을 역설하고 환경에 관해 경각심을 주는 그의 작품을 국내에 선보이기 위해 전시를 마련했다.
피에트로 루포 작가는 이민자 문제와 유럽 식민주의, 제국주의 잔해 등 현시대를 관통하는 시급한 사회 문제들에 관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크리스찬디올과 발렌티노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지속적인 예술적 협업도 진행해 왔다. 특별히 바티칸 도서관과 브라질 아르테 컨템포러리 박물관 등에서 전시를 열었고, 바티칸 박물관 등에서는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가톨릭예술아카데미 원장 등을 역임한 허영엽 신부(마티아·서울대교구 영성심리상담교육원 원장)는 “피에트로 루포는 현대가 처한 기후 위기나 군사 긴장, 빈익빈부익부의 인류 위기, 동물과 세상, 인간의 관계를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현대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그의 작품은 성경의 모든 진리와도 깊이 닿아있고, 그래서 2021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바티칸 도서관에서 열린 그의 전시를 직접 관람하며 그에게 따뜻한 격려를 해줬다”고 밝혔다.
피에트로 루포 작가는 “우리의 이기심은 자연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사용하게 했고, 인류세라는 용어는 지질 시대를 바라보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며 “우리는 지구상에서 인류 종말을 야기하지만, 결단코 지구의 종말을 초래할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전시는 서울 한남동 다울랭 갤러리에서 2월 18일까지 펼쳐진다.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