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순 수녀 성화전 5월 3~11일 갤러리 1898, 성모 마리아 등 46점 전시
바다의 별이신 성모 마리아2, 2023, 34×23㎝
“이번 작품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색상들을 선택했어요. 나이가 들면서 화려한 색상, 환상적인 분위기, 그리고 밝은 것이 더 끌리는 것 같아요. 성모 성월, 마리아, 꽃···. 모두 하모니를 이루는 금상첨화의 소재들이고, 꽃은 상징적으로 우리 눈에 보이는 신비이고 은총이며 충만이죠.”
화사하고 포근한 느낌의 그림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쁜 엽서나 동화책에 실릴 법한 파스텔 톤의 그림들은 다름 아닌 김옥순(성 바오로딸 수도회) 수녀가 작업한 성화다. 작가라면 어떻게 이런 색감을 내는지 궁금할 테고, 관람객이라면 소장욕이 절로 일어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오래된 성화 느낌을 낼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다 어느 해질녘에 일상의 풍경, 벽이나 시멘트, 틈 등에서 영감을 받아 표현해보려고 애썼죠. 저는 물감을 오래 사용하는 편이에요. 숙성시켜서 굳으면 위에 다시 바르고. 그러면 밑에서부터 독특한 색이 우러나오거든요.”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표현하는 거냐고 몇 차례 물어도 김 수녀는 마치 노포 맛집의 특급 레시피처럼 말을 아낀다. 하긴 그 비결이 그녀만의 화풍을 만들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비법은 알아내지 못했지만 김 수녀만의 노하우가 십분 발휘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5월 3~11일 서울 명동 갤러리 1898 제2전시실에서 열린다. 그녀의 열여섯 번째 성화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하느님의 계획’, ‘우리의 희망이신 성모 마리아’, ‘성가정’을 주제로 총 46점을 선보인다.
행복한 성가정, 2023, 73×56㎝
성모 성월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그 어느 때보다 성모 마리아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 ‘예수를 기다리는 성모 마리아’, ‘위로의 마리아’, ‘바다의 별이신 성모 마리아’, ‘성가정’ 등이 대표적이다. 또 구약과 신약의 역사 안에서 파스카의 신학적 의미를 상징으로 표현한 작품은 ‘구원의 파스카’, ‘예수의 길’,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 등이 있다. 인간의 구원을 위해 천지창조 이전부터 마음에 품고 계셨던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애끓는 사랑을 담아내고자 했다.
예수의 길, 2021, Mixed Media, 73×56㎝
“저의 작품은 제 마음을 보여주는 신앙 고백이에요. 욕심과 고정관념으로 작품이 지루해지고 경직되어 필요 이상의 형태로 무거워질 때면 서툴러도 신선하면서 소박하고 꾸밈없는 작품을 하려고 욕심을 내려놓고 나를 비워냅니다. 붓이 가는 대로 마음을 내맡기며, 놀이를 하듯 색채를 입혀가며 몰입할 때의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어요.”
김 수녀의 작업실은 수녀원 숙소 맨 아래층 지하라고 한다. 폭은 3m도 안 되지만, 길이는 쓸데없이 길어서 창고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인 그곳에서 그녀는 공동체 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저의 삶은 제가 하는 일과 하나이고, 작품은 제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죠. 작업을 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준비하지는 않아요. 그날그날 기도하고, 살고, 생각하고, 꿈꾸는 것을 표현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분께서 내 안에서 생각하게 해 주시고, 영감을 주시고, 계획하고 계신 것을 알게 돼요. 유일하게 아는 것은 앞으로 나에게서 어떤 작품이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죠. 많은 분이 작품을 보면서 하느님의 자비를 깨닫고 영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전시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