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청소년주보 ‘C?m’(꿈)에는 곱슬곱슬한 양 머리에 눈이 부리부리한 ‘정오’가 신앙생활을 하며 생기는 다양한 일화를 보여주는 4컷 만화가 실린다. 지난해 대림 제1주일부터 연재를 시작한 ‘정오의 C?m toon’을 그리는 이는 홍눈솔(잔다르크·31·인천 효성동본당) 웹툰 작가다.
홍 작가는 “보통 만화의 이야기는 제 경험담이지만 주일학교를 다닌 경험이 없어 오랫동안 주일 복음을 묵상하고, 그래도 어려울 때는 신부님들의 도움을 받는다”면서 “만화를 그리는 재능을 주신 하느님께서 주신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만화를 그릴 생각은 아니었다. 대학시절 연극영화를 전공해 졸업 후 공연 스텝으로 일했다. 여기저기 공연을 할 때마다 3개월 혹은 6개월씩 프리랜서로 일하다 코로나19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작업 환경이 위험한 탓에 여기저기 잔부상을 달고 살며 ‘이제 공연 일은 그만 해야지’라고 생각할 때였다. 그리고 신앙생활도 멀어져갔다.
“일자리도 없어지고 일을 한다고 해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안한 날들이 계속됐어요. 그러다보니 우울해지고 안 좋은 생각까지 하게 됐어요. 그때 뭔지 모르겠지만 다시 성당을 다니자고 마음먹었죠.”
냉담을 풀기 위해 고해성사를 하던 중 고해사제는 홍 작가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보라고 당부했다. 어릴 적부터 무엇이든 잘 따라 그리고 만화적으로 표현을 잘했던 그는 혼자 성당 다닐 때 경험했던 것들을 그려 자신의 인스타그램(@pray_at_noon)에 올리기 시작했다. 2021년 6월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한 청년들을 위한 피정에서 당시 부산교구 청소년사목국장 윤정현(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를 만났다. 자기 소개를 하며 만화를 그린다고 하니 윤 신부가 부산교구 청소년 주보 연재를 의뢰했다. 그렇게 부산교구 청소년 주보에 자신의 만화를 연재하게 됐다.
홍 작가는 자신의 웹툰 작업뿐만 아니라 가톨릭 예술가 커뮤니티인 ‘잔잔’도 운영하고 있다.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지만 현재 33명이 모여 자신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을 인스타그램(@janjan_cac)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홍 작가는 “커뮤니티를 통해 작가님들이 신앙생활을 계속 이어가고 다른 신자들이 작품을 통해 묵상하는 걸 돕고 있다”면서 “가톨릭 예술가들의 작품을 SNS를 통해 알리는 게 주 목표”라고 말했다.
홍 작가는 “신앙도 작품 활동도 멈추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만화를 통해 계속 알리고 싶다”면서 “가톨릭 신앙을 대개 경건하고 엄숙하게만 생각하지만 그 안에도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