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빛으로 신앙을 표현한 한국 교회 성미술의 선구자.
국내에 처음으로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움을 알린 고 이남규 루카 화백의 선종 30주기를 맞아 작품을 통해 고인의 삶과 신앙을 엿볼 수 있는 뜻깊은 전시회가 어제 개막했습니다.
서울 명동 갤러리1898 전관에서 열리는 이남규 30주기 기념전입니다.
이힘 기자가 개막식에 다녀왔습니다.
[VCR] “이 보잘 것 없는 내가 당신을 넘보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그리고 넘보는 일을 조금만 허락하십시오…”
[기자] 한국인 최초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성당에 설치한 대한민국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버지 故이남규 화백이 쓴 기도입니다.
이남규 화백은 자신이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만들며 표현한 신앙을 감히 주님을 넘보는 행위로 생각한 겸손한 화가였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넘보고 싶었는지 ‘한눈을 팔지 않도록 작은 몸짓으로나마 당신만 찬미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이남규 화백의 모든 삶은 ‘신앙인’ 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 이 두 단어로 압축됩니다.
한국천주교회 200주년이던 1984년, 6.25전쟁 등으로 망가진 명동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복원할 땐 지병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화백은 당시 “스테인드글라스를 모두 복원할 때까지만 살게 해달라”고 주님께 간절히 매달렸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화백의 작품은 전국 50개가 넘는 성당과 성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성당을 비롯해 서울 중림동 약현성당, 절두산 순교성지 등에 500점 이상의 작품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대신학교와 맞닿은 서울 혜화동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보며 신앙을 키워나간 젊은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사제 성소나 수도 성소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화백은 자신의 작품이 오로지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찬미하는 아름다운 빛의 도구가 되길 희망했습니다.
6일 개막한 이남규 화백 30주기 기념전에는 부인 조후종 여사와 가족들을 비롯해 작품이 설치된 성당 주임신부, 후배 화가, 교구 사제 등이 함께했습니다.
특히 고인의 선종 10주기와 20주기 기념전을 서울대교구가 챙겨주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전한 염수정 추기경은 축사를 통해 ‘위로와 환희’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염수정 추기경 / 전 서울대교구장>
“(선종 10주기, 20주기 때는) 저는 그때 교구의 보좌주교로 있을 땐데 제 책임을 다 못한 것 같아서 이 자리를 빌어서 용서를 청합니다. 이 선생님은 하늘나라에서도 당신의 작품을 통해서 계속 신자들에게 지금도 기도와 대화를 하고 계시다고 생각됩니다.”
조후종 여사는 이번 전시회가 이 화백의 작품이 기억되는 시간이 되고 있다고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조후종 아녜스 / 故이남규 루카 화백 부인>
“30주기를 맞아 서울대교구에서 큰 전시회를 기획해주셨습니다. 귀하신 분들을 모시고 시작 행사 자리에 나와 인사드리게 되어 너무 감격스럽습니다. 그동안 저희에게 인간 이남규를 기억하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이 기억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전시회는 모두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전시실에선 이남규 화백이 작품을 만들 때 사용한 스테인드글라스 기법과 도구, 영상이 전시돼 있고, 2전시실에선 가재울성당 등 주요 성당에 설치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3전시실은 ‘이남규를 사랑한 사람들’을 주제로 화백과 인연이 있는 7명이 나눠서 제작한 14처와 ‘기도의 집’으로 꾸며졌습니다.
전시회 연계 프로그램도 마련됩니다.
9월 14일 오후 1시부터 서울 성북구에 있는 이남규 유리화 공방 ‘더 루크 글라스’에서는 유리화 만들기 실습이 펼쳐집니다.
16일에는 서울대교구 영성센터에서 박정석 대표의 무료 특강도 열립니다.
전시회는 오는 21일까지 이어집니다.
CPBC 이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