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내 탓이오’를 외친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 눈에 눈물이 흐르고, 가난하고 병든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을 기쁨으로 여긴 성 마더 테레사 수녀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걸려있다. 주름 하나하나, 나풀거리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는 모습 그대로 웃고 운다.
주교좌의정부성당 갤러리 평화에서 10월 20일까지 박현주(모니카) 작가 개인전 ‘관조’(觀照)가 열린다. 세상에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떠난 이들을 극사실화로 다시 만나는 자리다.
작가는 대상의 얼굴과 삶을 응시하며 그들의 정신과 생애를 응축하는 단 하나의 표정을 포착했다. 사진 같은 그림은 이들의 숨결을 느끼고, 이들의 정신을 다시금 묵상하도록 이끈다.
오랜 정통기법인 실크터치로 그려진 작품들이다. 고운 실크천에 가느다란 붓을 사용해 유화물감을 수십 수백 번 터치했다. 세필로 물감을 흐리게 빼고 다시 물들이는 일을 반복하며 깊이 있는 색감이 나오고 인물들은 생동감을 얻었다.
캔버스 유화와 달리 실크에는 물감을 덧칠하기 어렵다. 실크 특성상 마르는 시간이 더디기 때문이다. 작업 과정도 집착을 내려놓고 오랜 시간 관조하며 바라보는 시간이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박 작가는 “이런 분들이 세상에 한 번씩 더 나타나 세상 속에 엉켜있는 모든 실타래를 풀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혼을 담아 그렸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수백 번의 터치로 화폭에서 다시 살아난 듯한 인물들의 생동감에 전율을 느끼며 10여 년간 실크터치로 인물화 작업을 해왔다. 어느 순간부터 꽃에 매료돼 꽃도 그렸다. 우리 인생이 시들지 않는 꽃처럼 영원한 아름다움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꽃 작품도 선보인다.
이번 전시 작품 수는 33점. 박 작가가 제21회, 제20회 겸재미술대전에서 각각 장려상과 입선으로 수상한 작품들도 볼 수 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