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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약속’ 민병훈 감독, 아들 시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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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라는 뜻은 꼭! / 지키겠다는 말 / 근데 사람은 언제나 / 한 번씩은 약속을 못 지키지 / 근데 엄마는 나한테 / 아주 좋은 약속을 해주셨어 / 시우야 우리 언젠가 /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 이런 약속은 꼭! / 이루어질거야.”(민시우 ‘약속’)

천국에 있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시로 꾹꾹 써내려가는 아들, 그런 아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아내를 떠나보낸 아픔을 견디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약속’이 11월 1일 개봉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작품이다. 주인공인 민병훈(바오로) 영화감독과 아들 민시우군을 만났다.

“시우가 쓴 ‘슬픈 비’라는 시를 발견한 것이 영화를 만든 계기였어요. 엄마를 잃은 슬픈 마음을 비에 투영한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읽혔죠.” 민 감독의 아내 안은미 작가는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엄마가 없어서 좋은 게 하나도 없다”며 매일 밤 펑펑 우는 아들에게 민 감독은 “‘슬픈 비’를 쓴 것처럼 엄마에게 편지를 쓰듯, 하느님께 기도를 하듯 시를 써보라”고 한다.

민 감독은 아들에게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는 엄마의 ‘약속’을 전해주며 1년 뒤 엄마가 있는 곳에 다녀오자고 ‘약속’한다. 시우군은 일상을 시로 쓰면서 매일 밤 엄마에게 읽어주고 점차 엄마의 부재를 받아들인다. 영화는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쓴 꾸밈없고 순수한 러브레터 23편을 83분간 감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약속’은 민 감독이 만든 11번째 장편영화다. 민 감독은 “가장 오랜 시간 만들었고, 가장 힘들었던 영화였다”며 “사적인 부분을 드러내야 해 많이 고민됐지만, 죽음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니 공감도 되고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에겐 슬픔을 온전히 통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죽음을 다룬 영화는 많은데 이별을 견뎌내고 애도하는 영화는 많지 않은 것도 작품을 만든 동기”라고 설명했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도 감상포인트다. 영화는 지극히 힘든 이야기를 풀어놓지만 절제를 보여주면서 자연조차 아름다운 시처럼 읽히게 한다. 민 감독은 “시우가 시를 쓰듯, 저도 아내에 대한 생각을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시우군의 시를 묶은 시집 「약속」이 나왔다. 시우군은 별, 눈과 바람, 노루, 대나무 등 자연 속에서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시를 썼다. “마당에 가끔 노루가 찾아오는데, 엄마가 오랜만에 와서 저를 본다고 생각한다”는 시우군의 순수한 대답이 뭉클하다.

우연하게도 위령 성월에 개봉했다. 민 감독은 “위령 성월은 ‘기억’하는 시기이니 마음으로 깊이 애도하고, 잊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가톨릭신자들에게 “문화에 냉담하지 않고, 제 작품뿐 아니라 좋은 영화를 많이 보면 좋겠다”고 권했다. 민 감독은 “시우와 저는 슬픔을 마주보며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며 “관객분들도 그런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시우군은 엄마와 한 약속을 기다리며 “저처럼 슬픈 사연이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주는 삶을 살고 싶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영화가 후반부로 향할수록 부자 사이에는 잔잔한 미소가 조금씩 쌓여간다. 스크린 밖에서 본 시우군의 얼굴에 번진 웃음은 이미, 남겨진 모든 이들에게 주는 위로이자 희망이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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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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