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최초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 씨가 6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를 발표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용서’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요.
윤하정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1971년 7월 1일 0시경, 무장한 채 휴전선을 침입한 북한군 장교들이 사살됐습니다.
대간첩작전을 이끈 철책선 부대 소대장은 매장 절차가 진행되기 전까지 방치된 시체 더미에 십자가를 꽂아주고 명복을 빕니다.
<김홍신 리노 / 소설가>
“시신에 나뭇가지를 꺾어서 십자가를 만들어 꽂고 기도한 것, 보안대에 불려간 것도 직접 겪은 일이에요.”
소설 「죽어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는 가톨릭 신자면서 학군단(ROTC) 출신인 문학도 김홍신 씨가 군복무 때 직접 겪은 일입니다.
다행히 청년 김홍신은 보안대에 불려가 조사받는 것으로 끝났으나, 소설의 주인공은 국가보안법과 반공법을 위반한 이른바 ‘빨갱이’로 몰려 수감됩니다.
어려운 형편에서 애써 쌓아온 이력과 사랑하는 가족마저 잃게 됐지만, 억울한 상황을 호소할 곳도, 희망이나 미래도 없이 그저 복수만을 생각하는 존재로 변해 갑니다.
지금의 청년들에게 체감되지 않는 당시 시대상은 반세기 동안 그만큼 발전된 사회와 함께 전혀 달라지지 않은 사회상도 시사합니다.
<김홍신 리노 / 소설가>
“우리나라는 지하자원이 없는 국가이고, 강대국 사이 철조망에 가로막힌 섬나라죠. 경제적으로는 기적을 이뤘는데 기쁨을 잃어버렸고, 배고픔은 해결했는데 ‘배아픔’을 해결하지 못했어요.”
김홍신 씨 역시 무명의 소설가로, 스타 작가로, 정치인으로 다채로운 인생길을 걸으며 누구보다 억울한 일도 겪고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믿음이 심어준 ‘사랑과 용서’는 뿌리 깊은 나무처럼 그를 지켜줬습니다. 지금껏 작업한 138권의 소설과 산문에도 그 메시지는 섬세하게 담겨 있습니다.
<김홍신 리노 / 소설가>
“초등학교 때 복사를 했는데, 신부님과 수녀님이 지나칠 만큼 ‘사랑과 용서’를 강조하셨어요. 제 소설을 관통하는 것 중의 하나도 가톨릭 정신입니다. 그래서 이번 책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사랑(용서)’라는 얘기를 수녀님 입을 통해서 한 거예요.”
김홍신 작가는 앞으로 사랑과 용서, 인류애, 한국인의 정신사 등에 좀 더 집중하고자 합니다.
또 자신이 지금껏 받아온 사랑과 축복을 글쓰기와 사회봉사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갚겠다고 말합니다.
cpbc 윤하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