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아르바이트로 버는 일당 5만 원. 강병희(프란치스코·31)씨에게 이 돈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미래를 준비하는 희망의 씨앗이었다. 하지만 오토바이 사고로 허벅지와 어깨뼈가 부러지는 일을 당한 뒤 그의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5살 때 부모님이 이혼한 뒤 조부모, 여동생과 살았던 강씨는 3년 전 조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뒤 미혼모인 여동생과 조카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됐다. 강씨는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보람에 고된 줄 모르고 열심히 일했다. 성실함을 인정받아 몇 달 전 일당이 40가량 올랐던 강씨는 31살이 되고서야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강씨의 유일한 꿈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편의점 알바와 배달 등 계속 일을 했어요. 어렸을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서였고, 나중에는 미혼모가 된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서였죠. 열심히 하다 보니 임금도 오르고 제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생겼고 더 열심히 벌자는 생각으로 저녁에 배달 알바를 시작했어요.”
지난 10월 18일 늦은 밤, 여느 때처럼 배달을 나갔던 강씨는 공사 중인 도로에서 미끄러져 큰 사고를 당했다. 부러진 허벅지 뼈가 종아리를 뚫고 지나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평생 재활을 하며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깨어나서 평생 재활하며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도 못 벌고 동생에게 짐만 되느니 그게 나을 것 같았죠. 제 말을 듣고 동생이 오열을 하면서 ‘오빠가 죽으면 나는 어떻게 살라는 거냐’는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이 들었어요. 아예 못 걷는 게 아니니 열심히 재활해서 포기하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 버느라 정신없이 살던 와중에 강씨에게 위안이 된 것은 신앙이었다. 의지할 곳 없던 시절, 친구에게 성당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고 그는 프란치스코란 세례명으로 다시 태어났다. 당장 동생 집의 월세를 낼 돈도, 2000만 원이 넘는 병원비를 낼 돈도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침, 저녁으로 기도하는 것뿐이다. 설상가상 병실에서 혼자 지내던 강씨는 얼마 전 침대에서 떨어져 어깨 재수술이 결정돼 병원비 부담이 커졌다.
건설현장에서 좋은 대접을 받았던 그의 건강한 몸은 유일한 자산이었다. 하지만 180㎝의 건장한 체격이었던 강씨의 체중은 두 달 새에 20㎏이 넘게 줄었다. 퇴원을 하고 나서도 다시 일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31살 청년의 미래에 어두움을 드리웠다. 하지만 혼자서 딸을 키우는 동생과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 조카는 강씨가 포기하지 않고 살아야 하는 유일한 이유가 됐다.
강씨는 “엄마, 아빠 없이 자란 동생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다”며 “지금 당장 제가 부딪친 상황은 너무나 힘들지만 무너지지 않고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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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