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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휘감는 빛줄기, 세 복자들의 당당한 기백과 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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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윤지충본당(주임 김형성 시몬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11월 25일 제21회 한국색채대상 블루상을 받았다. 우리나라 최초 순교자들인 복자 윤지충(바오로), 윤지헌(프란치스코), 권상연(야고보)의 삶과 순교 정신을 ‘빛’이라는 주제로 연결한 작품이다. 지난해부터 1차와 2차에 걸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는 11월 28일 3차 설치를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윤지충성당 스테인드글라스의 디자인 기획과 제작은 인천가톨릭대학교 부설 스테인드글라스 연구소(소장 정수경 가타리나)가 맡았다. 윤지충성당에는 세 복자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연구원들은 복자들의 신앙과 삶을 알기 위해 인천에서 전주까지 특강을 들으러 다녔다. 그들의 삶을 연구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설치까지 마치는데 2년 여가 걸렸다. 탄소 발생을 줄이는 친환경 제작, 전통 기법인 납선 기법과 현대적 기법들을 조화롭게 활용한 덕분에 기술부문상인 블루상을 수상했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감탄 속에 신앙을 고취하게 한다면, 윤지충성당 스테인드글라스는 소박하면서도 아름답게 비치며 보는 이들의 마음에 잔잔하게 퍼진다. 성당 내부는 추상적으로 표현됐다. 성당 제단과 신자석은 키 큰 나무들이 모인 숲을 주제로 한다. 높이 뻗어 오른 나무는 복자들의 신앙과 절개를, 숲은 산길을 통해 도망을 다니고 숨어들었던 복자들의 은신처를 묘사했다. 제대를 향할수록 빛줄기는 넓게 퍼진다. 은신처에 벗어나 신앙을 떳떳하게 고백하고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며 하느님께 다가가는 것을 묘사했다. 이는 하느님과 멀어져가는 삶을 사는 오늘날 신앙인들에게 성찰의 메시지를 전한다. 성가대석 장미창은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이 세상 곳곳을 비추고 있음을, 로비창은 복자 윤지충과 권상연이 죽음 앞에서도 굳건한 신앙을 지켜냈음을 표현했다.

3차에 설치한 계단실 스테인드글라스는 구상적이다. ‘씨앗’을 활용한 표현이 두드러진다. 세 복자의 신앙을 상징하는 세 개의 씨앗이 떨어져 움트는 모습, 신앙의 씨앗이 움터 나무로 성장해 성령의 빛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층계를 오르며 볼 수 있도록 작업했다. 갓을 쓴 세 복자의 모습도 온화하게 다가온다. 윤지충은 「칠극」을, 권상연은 ‘십자가’를, 윤지헌은 ‘팔마 가지’를 들고 있다. 복자들의 유해와 함께 발견된 백자사발지석도 작품에 담았다.

이번 수상에 대해 정 교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모든 과정에서 모든 이가 최선을 다해야 하는 협업의 예술”이라며 “함께 노력해 만든 작품이 상을 받아 행복하고, 비신자들에게도 스테인드글라스를 알리는 기회가 돼 보람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의 빛을 드러내는 작품인 만큼, 유리의 맑고 투명한 물성과 그곳으로 투과되는 빛에서 느껴지는 영성을 살리려 노력했다”면서 “윤지충성당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신앙 선조들의 굳건한 신앙 의지와 한국교회의 신앙 씨앗이 된 그분들의 희생을 느끼실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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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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