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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과 성지에서 만난 32위 성인 화폭에

‘윤영선, 성인을 만나다’ 전... 13~21일 갤러리 1898 제3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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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대건 안드레아(은이성지)

 

 

 

 


‘윤영선, 성인을 만나다’ 전이 13~21일 서울 명동 갤러리 1898 제3전시실에서 열린다.

‘윤영선’이라는 이름이 낯익다면 교회 밖에서는 건축, 교회 안에서는 성당이나 공소와 연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윤영선(비비안나)씨는 강동대 건축과 부교수인 동시에 10년 전부터 전국의 성당과 성지, 공소 그림을 선보여 온 작가이기 때문이다.
 

 

 

 

 

윤영선 작가


“20대에 남동생의 죽음으로 어머니와 함께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시작했어요. 2013년에 가족들과 원주에서 휴가를 보내는데, 용소막성당이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오래된 성당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때부터 쉬는 날마다 전국의 성당을 찾아 나섰다. 누가 시키지 않는데도 이른 새벽 운전을 하고, 현장에서 3시간 넘게 그림을 그리고, 건축을 전공한 연구자인 만큼 관련 자료를 찾고, 또다시 성지를 방문해 스스로의 갈증을 채워나갔다.

 

성 손선지 베드로(천호성지)


“누적 주행거리가 30만 ㎞가 넘어요. 제가 생각해도 ‘어떻게 했을까’ 싶은데, 모두 하느님의 힘인 것 같아요. 어떤 곳은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요. 공간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제 마음을 움직이는 거죠. 처음에는 겉만 보다 미사를 드리면서 안도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됐는데,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무척 기뻤어요.”

그 그림을 모아 2015년 「성당을 그리다」를 펴냈다. 성당과 성지에 대한 관심은 좀더 작고 정감 어린,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앙의 모세혈관과도 같은 공소로까지 이어져, 이후 「성당을 새기다」(2016), 「성지를 담다」(2018), 「공소에 스미다」(2021)를 내리 발표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그렸던 건물과 풍경 안에서 만난 인물들에 집중한다. 한국 가톨릭교회 103위 성인 가운데 32위 성인을 화폭에 담았다.
 

성녀 김루치아(중림동 약현성당 내 서소문 순교자 기념관 성당)


“제가 숨 쉬고 살아가는 한국 땅의 가톨릭 성인들을 만나고 싶고, 그들의 삶을 알아가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제 삶도 뭔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기대감이 생겼어요. 「조선순교자록」, 「103위 성인전」 등의 자료를 읽었고, 울림이 큰 성인들을 택하다 보니 기해박해 12위, 병오박해 6위, 병인박해 14위 등 총 32위의 성인을 담게 됐어요.”

그들을 만나러 이미 여러 차례 방문했던 성당과 성지를 다시 찾고, 기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지금의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생동감 있는 성인의 모습을 구현하려다 보니, 전시까지는 3년이 걸렸다. 각종 문헌을 참고하여 이미지를 설정하고, 성인의 인품과 인상을 잘 나타내는 얼굴을 찾기 위해 4호 크기의 캔버스에 먼저 그린 다음 50호 캔버스에 관련된 성지와 함께 옮겼다. 마네킹에 한복을 입혀서 자세와 옷 주름 등을 참고하는 등 정확하고 디테일한 표현에도 힘썼다.

전시와 함께 「성인을 만나다」도 출간된다. 윤 작가는 “‘과연 나의 손으로 이 거룩한 순교 성인의 얼굴을 오롯이 담아낼 수 있을까’ 고심했던 나날도 있었지만, 갈매못 성지에서 ‘그냥 그려라’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용기를 냈다”며 “성인들의 순수하고 깊은 믿음과 열정적인 삶이 수많은 냉담한 가슴들을 다시금 흔드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전했다.

전시는 21일까지 매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 사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 02-727-2336~7, 갤러리 1898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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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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