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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바티칸에 서다’ 전시 여는 한진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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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건 신부님 성상을 작업하며 매 순간 기적을 체험했습니다. 그것이 전시를 통해 작업 이면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유이고요. 관람객들이 하느님의 섭리처럼 펼쳐진 일들을 마주하며 김대건 신부님께 더 깊은 애정을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진섭(요셉) 작가는 지난 9월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 외부 벽감에 세워진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 석상을 조각했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아시아 성인상이 세워진 것은 최초다. 한 작가는 1월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바티칸에 서다’ 전시를 연다. 10년 만에 펼치는 개인전으로, 김대건 신부 성상을 세운 과정을 소개하는 동시에 그가 추구해 온 예술 세계를 재조명하는 자리다.

작업은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라자로)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대건 신부 성상 봉헌 의사를 밝히며 시작됐다. 1전시장은 성상을 제작·설치한 과정을 사진과 연표로 보는 아카이빙 형태 전시다. 교황청에 제출한 김대건 신부 성상 모형 4가지 시안도 볼 수 있다. 가톨릭신문사에서 촬영한 축복식 현장 영상과 사진도 벽면을 장식해 그날의 감동을 생생히 전한다.

한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설치한 성상과 동일한 형태로 60㎝ 조각상을 제작했다. 갓과 도포, 영대, 한복 바지까지 딱딱한 돌을 깎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섬세하다. 2·3전시장에서는 60㎝ 조각상과 그동안 작업한 소품 위주 종교 조각 30여 점도 함께 선보인다.

한 작가 작품의 특징은 인체를 단순화시키며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는 딱딱하고 차가운 돌 속에서 따뜻한 형상을 꺼내며 순수하고 행복한 인간의 모습을 조각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성가정상과 성모자상, 착한목자상 등이 그의 작품 특징을 잘 보여준다. 돌 조각을 향한 한 작가의 열정을 오롯이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다.

12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작가는 지난 시간들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유흥식 추기경은 김대건 신부의 정신과 혼을 온전히 담을 수 있도록 한국 작가가 작업하게 해달라 교황청을 설득했다. 한덕운 복자상, 김대건 신부님상, 정하상 성인상을 조각한 경험이 있는 한 작가는 교황청에서 연락이 왔을 때 곧바로 자료를 제출하고 적임자가 됐다.



기적은 돌을 구하며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4m가 넘는 크기에 무늬와 금(crack)이 없어야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리석 산지인 카라라에서 유학한 경험과, 과거 함께 공부했던 이들이 팔을 걷어붙이며 도움을 준 덕에 그야말로 기적 같은 완벽한 돌을 찾아냈다.

8개월 동안 작업하며 가장 어려운 건 얼굴 표현이었다. 한 작가는 “25세에 순교하신 신부님의 용기와, 모든 걸 담대히 받아들인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돌은 한번 깎으면 되돌릴 수 없고, 미세한 차이로도 인상이 달라져 하루에도 수백 번 사다리를 왔다 갔다 했다. 4m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한 군데도 다치지 않는 신기한 체험도 있었다. 그는 “완성된 신부님 표정을 보며, 이건 성령께서 하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성상이 설치된 대성당 오른쪽 외부 벽감은 성 베드로 대성당이 세워진 후 550년 동안 비워져 있었다. 그는 “하느님이 처음부터 예비해 두신 김대건 신부님의 자리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높이 3.77m에 4톤에 이르는 성상의 양팔을 크레인으로 들어 올려 외부 벽감에 집어넣는데 신부님께서 ‘여기는 내 자리’라고 하시는 듯 한 번에 수평이 맞아떨어지며 정확히 설치됐어요. 모두가 박수를 쳤고 저도 펑펑 눈물을 흘렸습니다.”

영광스러운 일이었지만 마음의 짐은 무거웠다. 작가는 기자간담회 중 지난 시간을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깨가 너무 무거워 잠도 못 잤고, 기도에 매달려 살았습니다. 결국 제 힘으로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이 제 옆에 계셔주셔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한 명의 신앙인으로서 행복하고,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신앙을 초월해 많은 분께 김대건 신부님의 정신이 알려지길 염원합니다.”




염지유 기자 gu@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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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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