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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생명 살리는 장기기증 동참 호소

생명의 소리 합창단 정기 공연장기기증 가족과 수혜자 모여기증자 사연 전하며 감사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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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소리 합창단이 은평성모병원에서 열린 생명나눔토크콘서트에서 합창을 하고 있다.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5℃까지 떨어진 12월 22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1층 로비. 성탄을 앞두고 병원에는 대형 트리가 반짝이고 있었지만, 회전문이 돌아갈 때마다 싸늘한 냉기가 스며들었다.

모두에게 온기가 필요한 이 시기, 치유자이신 예수님상이 있는 병원에 빨간 카펫이 깔리고 무대가 마련됐다. 휠체어를 타고, 링거를 꽂은 환자들도 속속 자리했다. 이내 별처럼 반짝이는 의상을 입은 ‘생명의 소리 합창단’이 무대에 올랐다. 이윽고 가슴 절절하면서도 아름다운 화음이 병원 로비에 울려 퍼졌다.

이날 공연을 선보인 ‘생명의 소리 합창단’은 장기기증자 가족과 수혜자로 구성된 특별한 합창단이다. 해외에도 수혜자로 이뤄진 합창단은 있지만, 이처럼 생명을 주고받은 이들이 하나 된 합창단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들의 따뜻한 선율이 많은 이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생명 나눔의 인연으로 상처를 치유받기도 하고, 기증 당사자에겐 전할 수 없는 감사한 마음을 수혜 가족과 나누며 수년째 정기 공연으로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워 그리워 그리워 그리다가 차라리 눈을 감는다. 보고파 보고파 보고파 너를 부르다 목이 메인다. 말갛던 네 얼굴 네 눈망울 숨결조차 향기롭던 나의 사람아~♪”

2년 전 숨진 18살 이학준군의 어머니 이소현(49)씨가 직접 가사를 쓴 곡 ‘꿈에’가 연주됐다. 뇌전증을 앓다 뇌사 상태에 빠졌던 아들은 5명의 몸에 생명을 심어주고 하늘의 별이 됐다. 아들을 그리워하던 어머니 이씨는 2022년 합창단에 합류했다. 이후 그렇게 보고 싶던 아들이 기적같이 꿈에 나왔다. 이씨는 곧장 노랫말을 적었고, ‘꿈에’가 탄생했다. 따스한 노래들에 이어,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이광조의 ‘오늘 같은 밤’이 율동과 함께 이어지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어 열린 토크 콘서트에선 뇌사에 빠진 20대 딸의 장기를 기증했던 한국기증자유가족지원본부 송종빈 이사가 속 이야기를 꺼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하실 때 남기신 말씀을 듣고 제 아이가 장기기증을 결심했더군요. 저는 불교 신자이지만, 그걸 보면서 큰 어른들이 하는 말씀의 파급력이 정말 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족을 흙과 재로 보내는 것은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눈망울을 생각하면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송 이사는 “자식을 잃은 고통 속에도 딸의 장기를 기증했고, 딸의 조각을 세상에 남길 수 있어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장기기증 수혜자 강옥예(마리아)씨는 “5년 전 간이식을 받고 새 삶을 얻었다”며 “생명의 소리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유가족의 마음도 더욱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가 열리는 동안 장기기증 서약에는 6명이 동참했다. 은평성모병원 배시현(프란치스코) 원장은 “은평성모병원에는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이 별도로 설치돼 있다”며 “사랑을 베풀고 떠난 추기경님의 사랑을 우리 모두가 나누고 실천하길 바란다”며 장기이식 동참을 호소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한국기증자유가족지원본부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이 후원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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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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