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담당 장긍선 예로니모 신부)가 ‘영혼의 빛을 따라서’를 주제로 19기 졸업작품전을 연다.
2월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명동 갤러리1898 1·2 전시실에서 열리는 전시에서는 이콘연구소 19기 졸업생 14명이 성경을 주제로 ‘쓴’ 이콘 3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이콘(Icon)은 모상, 형상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신앙의 대상이나 교리서, 성경 내용을 가시적 형태로 표현한 성화(聖畵), 성화상(聖畵象)을 말한다.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는 우상숭배의 위험 때문에 회화적 표현에 부정적이었지만, 글을 모르는 이들에게 성경과 교리 등을 쉽게 가르치기 위해 회화의 방식을 조심스레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화가 뚜렷한 기준과 원칙 없이 제작돼 726년 성화상 파괴논쟁이 벌어졌고, 843년 콘스탄티노플공의회에서 성화와 관련된 기준이 생겼다. 이 기준에 따라 제작돼야 성화, 즉 이콘이 됐으며 그렇지 않은 것은 세속화로 규정됐다.
이러한 전통은 1054년 동방과 서방교회로 분열되기까지 큰 차이 없이 이어져왔다. 하지만 서방 가톨릭교회에서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성화가 인간적이며 세속적인 표현들로 그려지게 되었다.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는 성화였지만 영적인 면은 많이 약화됐다.
하지만 동방교회는 오늘날까지 초기의 형태 그대로를 변함없이 간직해 왔고, 때문에 ‘이콘’이라고 하면 동방교회의 교회미술만을 말하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콘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아직도 이콘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오해도 많다. 이콘들이 비슷비슷하고 다 똑같아 보이기에 창의적이지 못하고 단순히 옛것을 베끼는 저차원적인 것으로 폄하하는 인식도 여전히 많다.
이콘연구소 소장 장긍선 신부는 “성경과 교리를 언어와 사고방식이 다른 이들, 그리고 글을 모르는 이들에게도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교육 방법의 하나로 교회미술이 생겨났다”면서 “그런데 이러한 역사를 전혀 모르는 이들이 창의적인 것만 교회미술이라고 하는 좁은 시각을 갖고 이콘은 교회미술이 아니라고까지 말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기존의 형태를 답습하는 것은 자신의 창작 의지를 내려놓고 비우며 하느님과 하나 되고자 하는 수행방법의 하나였다”면서 “다 비슷해 보이는 이콘 하나하나는 각자의 신앙이 녹아들어간 또 하나의 새로운 성화들이며 그렇기에 이콘을 그린다기보다 ‘쓴다’고 표현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전시하는 이콘들도 저마다 자신들의 기도를 담아 정성을 다해 제작했다”면서 “19기 졸업생들이 성경 내용을 얼마나 아름답게 썼는지 함께 읽고 관상한다면 하느님의 말씀에 모두가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