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성경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는 '빛'일 겁니다.
그 빛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 '유리화'일 텐데요.
제27회 가톨릭 미술상 공모전에서 유리화를 만드는 공방 '유리재'가 특별상에 선정됐습니다.
윤하정 기자가 공방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예술가들의 마을인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에 위치한 유리재.
오색찬란한 유리화가 설치된 여느 성당과 달리, 공방에는 수많은 유리조각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고, 디자인 샘플과 작업 도구들이 곳곳에 놓여 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로 불리는 '유리화'는 색유리를 이어 붙이거나 판유리 뒷면에 아교를 녹인 물질로 무늬나 그림을 그린 겁니다.
햇빛을 받으면 본연의 색과 더해져 신비로운 빛의 향연을 펼칩니다.
<조상현 / 유리재 대표 겸 작가>
"스테인드글라스가 창에 설치되지만, 해가 떠 있을 때는 성당 안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는 거고, 밤에 미사를 할 때는 성당 안의 빛을 통해 밖에서 스테인드글라스를 볼 수 있어서 그냥 창(자체)인 것 같아요."
현재 공방은 조규석, 조규선, 조규후 삼형제와 조상현 대표가 꾸려가고 있습니다.
대표 작가로 활동했던 프랑스 떼제 공동체의 마르크 수사는 지난달 19일 선종했습니다.
규석(요한), 규선(베드로) 형제는 1980년대 '한국 유리화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 이남규(루카) 교수의 작업실에서 도제 수련을 받았습니다.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과 원효로 예수성심성당, 전주교구 전동성당 등의 문화재 보수 복원에 참여했고, 30여 개 성당의 유리화 제작 실무도 진행했습니다.
조규후 장인은 색을 보는 게 마냥 좋아 뒤늦게 동참했지만, 그 색을 찾는 게 또한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말합니다.
<조규후 / 유리재 장인>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색을 어떻게 쓸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죠. 그런데 이 색상이 여기서는 이 색인데, 현장에서는 다른 색이에요. 빛을 이용해서 보는 거라서 동네마다 색이 다르더라고요."
완성된 유리화는 물리적으로 한 점이더라도 빛에 따른 스펙트럼은 무한한 셈입니다.
<조상현 / 유리재 대표 겸 작가>
"참 어렵지만, 저는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빨간색이지만, 봄의 빨간색이 있고, 여름, 겨울의 색깔, 아침이나 새벽의 색깔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 색깔이 유리에 맺히기 때문에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리화는 디자인을 시작으로 유리와 색을 정해 제작하고 설치하는 공정에 수많은 사람이 참여합니다.
유리재 역시 지난 1996년부터 20여 명의 국내외 작가들과 협력해 200여 곳에 3000점이 넘는 작품을 선보여 왔습니다.
유리재 식구들 역시 오랜 기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공방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협력해온 것에서 무엇보다 큰 의미를 찾았습니다.
cpbc 윤하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