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들레헴어린이집 20주년
양육 부담 덜어주고 안정적 환경 제공
부모 한국어 교육·상담 통해 정착 도와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베들레헴어린이집~♬”
다문화·이주노동자 가정 자녀들을 24시간 돌보는 ‘베들레헴어린이집’이 20살 청년이 됐다. 이곳은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설립하고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위원장 유상혁 신부)가 관리하는 다문화 통합 어린이집. 서울 이주사목위는 5월 24일 서울 성북구 베들레헴어린이집에서 2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원아 12명도 고사리 손으로 박수 치며 축하했다.
유상혁 신부가 원아들을 향해 “베들레헴이 뭔지 알아요?”라고 묻자 자신 있게 “어린이집이요!”란 대답이 나왔다. 베들레헴어린이집은 예수님이 태어난 작은 고을 베들레헴처럼 이주민 가정의 자녀들에게 또다른 고향이 되고 있다. 0살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지낼 수 있는 아이들의 보금자리다.
베들레헴어린이집은 희망을 꿈꾸며 한국에 왔지만, 인권침해·가정파탄으로 아픔을 겪는 이주여성과 그로 인해 방임되는 자녀 등 이주민 가정 자녀들을 위해 설립됐다. 2003년 보문동의 가톨릭 노동사목회관 산하 ‘베다니아 집’에 이주민 자녀 8명이 입주한 것을 계기로, 이듬해 2월 살레시오수녀회에 위탁해 ‘베들레헴아가방’으로 운영한 것이 시작이다. 그해 9월 성북동으로 이사해 2007년 24시간 및 휴일 보육시설로 인가받았다.
서울대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베들레헴어린이집 20주년을 맞아 봉헌한 기념 미사에서 원아들이 성가에 맞춰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3명의 한국 아이와 몽골·베트남·네팔·캄보디아 등 다문화·이주노동자 가정 자녀 9명이 지내고 있다. 이 중 부모의 야간 근무를 비롯해 한국 생활과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민 가정의 아이들은 24시간 식사와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다. 양육 부담을 덜어주고, 아이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라도록 품고 있다. 베트남에서 온 안나씨는 “아이들 밥도 잘 챙겨주시고, 아플 때마다 마음을 다해 보살펴주시는 것을 보고 걱정 없이 믿고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은 부모교육, 한국어 교육, 상담 등으로 부모들까지 지지해주고 있다. 10년 전 베트남에서 와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김서연(마리아)씨는 “한국에서 지내며 모르는 게 있으면 수녀님들이 다 알려주신다”면서 “제겐 이곳이 친정 같다”고 했다.
유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아이들에게 “밥도 먹고 잠도 자며 집에서 같이 사는 사람들은 서로 믿는 이들”이라며 “옆에 있는 친구들과 서로 믿고 행복하게 지내도록 도와주는 봉사자 선생님과 수녀님들을 잘 기억하면서 기쁘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10년 차 교사 문명주(헬레나)씨는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오히려 배우는 게 많고, 예상치 못하게 그들이 주는 기쁨이 큰 위안을 줄 때도 있을 만큼 소중한 존재들”이라며 “아이들 마음에 자리한 예수님을 바라보며 사랑으로 대하겠다”고 전했다.
후원 및 문의 : 02-3676-7705, 베들레헴어린이집
박예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