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4)
예수 성심을 묵상하는 성녀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 가톨릭평화신문DB
예수의 성스러운 심장을 기리는 예수 성심(영어 : Sacred Heart of Jesus, 라틴어 : Sacratissimum Cor Jesu) 대축일은 주님의 거룩한 마음을 공경하며 그 마음을 본받고자 하는 날이다. 중세에 나타난 기적이 한둘이 아니지만, 프랑스 성녀인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코크(Sancta Margarita Maria Alacoque)에게 나타난 환시는 그리스도교 역사에서도 중요한 사건이다.
기도에 몰두하고 있는 그에게 주님이 나타나 “보라! 사람들을 이렇듯 사랑하였고, 그들에게 이렇듯 많은 은혜를 베풀었건만 이 무한한 사랑에 대해 오직 배은망덕만 당하는 이 성심을! 내 성심은 망각과 무관심, 그리고 무례를 견디고 때로는 특별한 사랑의 유대로써 내 성심과 밀접히 결합된 이들로부터 이 모든 능욕을 당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주님의 성스러운 심장을 기리는 축일을 명하시고 제대 위에 성체를 현시함으로써 이를 기념하라고 하셨다.
심장이 영혼의 일부라는 의견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해져 왔다. 현대에도 심장 이식을 받은 사람이 심장 공여자의 기억과 정신을 공유한다는 내용으로 영화화된 이야기가 많다. 그만큼 심장은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도 소중하고 신비로운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따라서 주님의 심장을 기리는 제식이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음악에서도 심장의 존재는 특별하다. 규칙적으로 고동치는 심장의 움직임은 박자·리듬·템포를 탄생하게 하였다. 박자(Beat)는 고동이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심장의 박동은 자연스럽게 음악에 스며든다. 흥분하면 빨라지고 차분해지면 느려지는 박동의 속도는 음악의 템포가 된다.
이 규칙적인 박동 내에서 엇나가게 움직이는 리듬은 훨씬 고등 개념이다. 리듬은 기존의 규칙으로부터 벗어난 해방이고 자유로움이다. 주님이 우리에게 준 자유의지의 존재감을 리듬을 통해서 깨닫게 된다. 그렇다고 리듬이 박자와 항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건 아니다. 항상 박자의 존재감 안에서 움직이고, 그 안에서 움직여야 리듬의 존재감이 선명해진다. 주님의 섭리 안에서 우리의 자유의지로 움직임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분명한 사례다.
박자를 통해 만들어지는 음악의 종류는 다양하다. 왈츠·미뉴에트·샤콘느·파사칼리아.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디스코·탱고·리듬 앤 블루스(R&B)등 수 많은 장르가 있다. 이 박자들을 통해 우리는 시간 예술인 음악에서 음악의 통일성과 안정성을 얻을 수 있으며 시작과 끝을 이해할 수 있다. 주님이 우리에게 삶을 위한 심장을 주시고 그 심장으로부터 우리가 음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크나큰 축복이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주님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에 기뻐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쇼팽 왈츠 Op.64 no.2 예프게니 키신 연주
//youtu.be/WVsGf1ag6Us?si=bxypyRfaJU7ccFPg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