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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자씨와 음악의 씨앗

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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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를 뿌리는 행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성하게 여겨왔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 중 씨앗을 뿌리면 몇십, 몇백 배로 수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인류가 유일하다. 우리 조상들은 씨앗을 땅에 뿌리면 자라나고 똑같은 씨앗이 다시 맺힌다는 것을 어떻게 발견했고 이를 전파할 수 있었을까.

신앙인으로서 접근해 보면 창조주께서 인간에게 준 지혜라고 볼 수 있겠고, 인류학자들은 우연치 않게 발견한 방법으로 이를 통해 세력을 얻은 집단이 늘어나며 전파된 것이라고 한다. 파종(播種)한다는 것은 공동체의 삶을 영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혼자만의 힘으로 넓은 경지에서 농사를 짓고 수확·보관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겨자씨’를 언급하신 것이 의미심장하다. 겨자씨를 직접 본 사람은 알겠지만 다른 곡물과는 다르게 시력 나쁜 사람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이 작은 씨앗이 성장하면 키가 4~5m나 된다. 자그마한 믿음의 씨앗이 장대한 교회를 만든다는 이 참신하고 놀라운 비유는 많은 이에게 감명을 준 주님의 말씀 중 하나다.

음악에서는 주제가 씨앗이다. 이 주제를 반복하고 변주하며 대조되는 부분을 결합하여 장대한 작품을 만든다. 수많은 작품 중에 가장 작은 단위로 만들어진 겨자씨 같은 4개 음의 주제로 만들어진 작품을 두 곡 선정했다.



첫 번째는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의 알파벳을 이용한 4개 음(B-A-C-H는 독일식으로 내림나-가-다-나이다)으로 이루어진 주제다. 바흐 본인이 직접 이 주제로 작곡한 작품들이 있으며, 후대 작곡가들도 바흐에 대한 존경을 담아 사용하기도 했다. 바흐가 작곡한 ‘프렐루드와 푸가 BWV 898 중 푸가’(1분 38초)에서 이 주제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들어보자.

//youtu.be/4QaTDN_Bjeo?si=ApEQNaVMOBzCaGqh
 
바흐의 B-A-C-H 주제

리스트는 보다 직접적으로 이 주제를 활용한다. 바흐와 같은 제목으로 작곡된 오르간을 위한 작품에서 훨씬 다양하고 감성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Franz Liszt: Präludium und Fuge über den Namen BACH, S 260 //youtu.be/GulmwjIoITI?si=ggNvboanJDrYrbf-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주제

베토벤의 교향곡 5번도 빠질 수 없다. 음의 반복을 제외한다면 4개의 음으로 이루어진, 음악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이 주제는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드린다’라고 베토벤이 언급하면서 교향곡의 부제가 ‘운명’이 되었다고 한다. 겨자씨 같은 작은 주제로 이렇게 장대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음악의 신비로움은 우리가 주님께 받은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한다.

Beethoven: Symphony no. 5 in C minor, op.67 //youtu.be/yKl4T5BnhOA?si=3r2_9tZrv2KzwMks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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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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