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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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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작곡가 프란치스코 브라가(Francisco Braga, 1868~1945)의 오페라 ‘유피라(Jupira)’는 흔히 듣기 힘들지만 걸작이다. 이탈리아나 독일 오페라에 치중된 클래식계 현실로 인해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놓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페라의 내용은 브라질의 건국 신화를 다루고 있으며, 특히 유피라의 아리아 ‘이민자, 죽어가는 자, 창백하게 승천하다’(Migrante, morente, risale pallente)는 그중 발군하다. 주인공 유피라는 이민자의 아픔과 고독을 언급하며 모두가 하나 되는 것이 행복을 향한 길이라고 노래한다.

유피라의 아리아
//youtu.be/u2sbC9Puuc0?si=y4bwhcblHXOUqCfW


가톨릭교회가 지정한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은 정치와 경제·종교 등 여러 이유로 고국을 떠나 있는 이주민과 난민들의 어려움을 생각하고 그들과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이방인은 대체로 경원의 대상이고 부담스러운 존재였지만 나그네를 환대하는 것은 고대로부터의 덕목이다. 나그네는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는 전령이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가족이 되기도 하였다. 외부에서 온 인사를 환영하지 않는 민족은 번영하지 못했고 쓸쓸히 퇴락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이스라엘 민족도 오랜 기간 이집트와 전 세계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다. 이스라엘 역사는 조상 아브라함이 살던 ‘우르’ 지역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이주하면서 시작되었다. 야곱의 아들 요셉이 이집트 총리로 있던 때에 극심한 가뭄으로 고생하던 유다인들은 이집트 힉소스 왕가의 호의 덕분에 나일강 유역의 ‘곳센’에 정착하면서 짧은 번영을 누렸으나, 새로운 왕조가 들어서면서 노예로 전락하였고 400년을 핍박받았다. 모세에 의해 이집트를 탈출한 유다인은 광야에서 40년을 헤매다가 천신만고 끝에 가나안으로 돌아온다. 이때의 기억이 얼마나 강렬했으면 구약성경의 탈출기에서 “너희는 이방인을 학대해서는 안 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이방인이었으니, 이방인의 심정을 알지 않느냐?”(탈출 23,9)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스라엘 민족을 이방인으로 핍박한 이집트는 쇠락을 겪게 되며 로마에 지배당하게 된다. 미국이 가진 가장 큰 힘은 이민자와 난민의 나라라는 데에서 온다. 수많은 민족이 섞여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갈등이 불거져 나오지만, 그들이 합쳐진 힘은 강력하다. 이미 선진국들은 이민자와 난민을 받아들여 사회 공동체로 만들었고,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국가의 명맥을 유지·발전시킨다는 공감대가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이민자와 난민을 배척하는 무리도 확대되며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정권을 노릴 만큼 성장하였다. 하지만 성경에서 보여주는 역사의 흐름은 이들이 가는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영화 ‘대부’ 중 ‘이민자 테마’
//youtu.be/R-bsuTT-tm8?si=a5FIefVKvRlj7Hz6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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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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