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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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에 대한 예수님의 견해

[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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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에 관한 예수님의 견해는 단호하다. 마르코가 전한 복음에 의하면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혼인하는 것은 간음하는 것이고,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혼인하여도 간음한 것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현대의 관점에선 난감한 교리가 아닐 수 없다. 영국의 헨리 8세는 이혼을 위해 종교개혁의 씨앗을 뿌렸고, 성공회가 탄생하였다. 상류층에서 몰래 행해오던 이혼이 점차 인권과 행복 추구권에 대한 시각이 향상되면서 모든 계층으로 퍼졌고, 불륜 이외의 이유로도 이혼이 가능하게 되면서 귀책사유를 따지다 보니 이혼 자체가 큰 사업이 되기도 하였다. 분명 교리를 따라 이혼을 망설이는 이도 많겠지만, 새로운 시대의 흐름에 맡기는 이도 부지기수다.

클래식 음악을 살펴보면 결혼에 대한 음악은 수도 없이 많지만, 이혼에 대한 음악은 거의 없다. 부부가 어려움을 겪고 험난한 과정을 거치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다 잘 먹고 잘 산다는 해피엔딩뿐이다. 그런데 모차르트의 그 유명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차용한 ‘피가로의 이혼’을 만든 작곡가가 있다. 한국 작곡가 신동일이 작년에 발표한 이 오페라는 결혼한 지 20년이 되어 콩깍지가 벗겨질 대로 벗겨진 중년 부부에게 닥친 이혼 위기를 코믹하지만 심각하게 다뤘다. 제목만 보면 모차르트의 음악을 많이 차용했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도 반전 포인트다.

신동일 - 피가로의 이혼
//youtu.be/W1lhyV-uo04?si=ByrUkXU3Ib0HRA8L



주목할 점은 예수님께 이혼에 대해 물어본 이들이 바리사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예수님께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라고 물었고, 예수님이 “모세는 너희에게 어떻게 하라고 명령하였느냐?”라고 하시자 “모세는 이혼장을 써주고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하였다”고 답하였다.

성경에 많이 등장하는 바리사이(Pharisees)는 바리새인, 바리새파 등으로도 불렸는데, 현대에서는 이들을 ‘원리주의자'' 또는 ‘경건주의자''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바리사이에 대해 경직된 원칙주의자라고 보는 경향이 짙어 그리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런 이들이 예수님께 이혼에 대해 모세가 전한 율법을 언급한 것은, 원칙에 대한 엄격함으로 예수님을 반박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만일 현대에 ‘예수께서 이혼을 금지하셨다’고 누군가 이야기한다면 이들의 행동은 바리사이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리사이파는 이후 그리스도교 설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들의 주된 행동 양식이 신앙과 삶을 일치시키고 하느님 말씀대로 살고자 애쓰는 것이다. 믿음이라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복잡한 부분이 간명하고 명백한 부분과 엮어져 있다. 가장 필요 없을 것 같은 것이 신앙의 모체가 되기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때도 있다. 신앙인은 이 흔들림을 인내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아르보 패르트(Arvo Pärt:) 그리고 바리새인 중 하나(And one of the Pharisees)
//youtu.be/CeJvyyNHFVM?si=HldIOzE3CduXx9n7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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