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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주일에 듣는 모차르트 음악

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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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주일이다. 세계인권선언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고 했고,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천명한다. 인권의 본질적인 뜻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다. 이를 더 세부적으로 나눈 것이 생명권·자유권·평등권 그리고 사회권이다.

생명권은 모든 인권의 필수이자 가장 중요한 권리다. 그렇기에 살인은 가장 무거운 죄악이며, 국가가 치죄하는 방식 중 하나인 ‘사형’ 역시 지속해서 논쟁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종교·신체·언론의 자유 등을 논하는 자유권은 르네상스 시대 이전부터 꾸준히 발전된 개념이다. 자유권은 근대 민주정의 토대를 마련했다.

평등권은 종교·민족·나이·빈부·성별·신분·성적지향·장애 유무에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평등하다는 권리다. 평등권은 20세기에 와서 주요 인권으로 부상했다. 근대까지는 평등이라는 개념을 이해시키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에 와서도 평등권은 많은 갈등을 불러온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을 통한 기회 선점, 시험을 통한 사회적 지위 고착, 상수가 되어버린 종교 분쟁과 민족 문제가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권은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보장하는 권리다.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던 유럽에서 노동자들의 생활은 비참 그 자체였다. 당시 위정자들은 사회 붕괴와 안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최소한의 의식주와 교육을 받을 권리를 인정하게 되었다.

사회권은 평등권과 거의 같은 시기에 주요 인권으로 인정받았지만 현대에 와서도 경제적 여유를 가진 나라 위주로 작동되고 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사회권과 평등권을 활성화하려는 주장을 포퓰리즘이라고 낙인 찍는 정치가·언론인이 많다. 생명권과 자유권과는 다르게 사회권과 평등권은 자신의 몫을 나누어야 하기 때문에 갈등을 피할 수가 없다. 가톨릭교회가 인권 주일을 제정한 까닭은 양보와 희생을 통해 인권의 폭을 넓히라는 뜻이다.

클래식 음악에서 인권을 강조한 대표적인 작곡가는 모차르트다. 그는 당시 귀족들의 이기적인 면모와 화려하기만 한 생활을 비꼬았으며, 보통 사람들이 귀족을 골탕먹이는 스토리로 오페라를 만들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다 못해 위험한 시도였다. 프리메이슨의 자유주의에 깊이 경도된 모차르트는 자신의 신념을 주저 없이 음악으로 만들었지만 말년에 어려운 삶을 살게 되었다. 예술가의 신념과 음악적 결실에는 항상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 무섭고 아쉽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중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영화 ‘쇼생크 탈출’ 삽입곡)
youtu.be/un7tf_iCGPA?si=zcCjtYKe0ygKolFE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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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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