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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 주일에 듣는 크리스마스 캐럴

류재준 그레고리오의 음악여행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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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자선은 신앙의 구체화이자 인류에 대한 하느님의 사람을 대리하는 역할을 한다. 자선은 단순한 재원을 넘어 타인에 대한 친절·관대함·사랑의 행위를 포함한다.

“금을 쌓아 두는 것보다 자선을 베푸는 것이 낫다”(토빗 12,8)고 한 성경 말씀처럼 자선은 주님 사랑을 실천하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자 신앙행위다. 요한 세례자는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세리들은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말라고 했다. 군사들도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말고 너희 봉급으로 만족하라고 가르쳤다.(루카 3,11-13 참조) 돌려 이야기하면 당시엔 나누는 행위도 부족했고, 세리들은 세금을 이유 없이 더 걷었으며, 군사들은 강탈·갈취가 일상적이었다는 뜻이다.

자선은 사랑의 행위일 뿐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이며 문명화의 열쇠다. 남을 불쌍히 여기고 도움을 준다는 것은 이미 야만의 단계를 벗어난 것을 의미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부자들의 잉여분은 가난한 자의 필요분이다. 잉여분을 소유하는 자는 남의 몫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생물의 본능인 소유욕을 뿌리칠 수 있는 신앙심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자선을 베푸는 이들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해도 될 것이다.

자선에 대한 예술작품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스크루지 영감이 등장하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일 것이다. 이 책은 출판되자마자 하루 만에 초판이 매진됐으며, 현대에서 받아들여지는 크리스마스의 이미지를 정립하였다. 디킨스가 살던 즈음인 빅토리아 시대에는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사람들이 도시로 몰렸다. 부유층과 중산층은 재산을 증식하는 데 열중했고, 서민층은 금전적 문제에 시달리면서 명절을 기념하고 가족끼리 모일 기회가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이 작품으로 디킨스는 행복에 많은 부가 필요하지 않고 나눔을 통한 행위가 축복이라는 것을 일깨워줬고,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여러 행위를 정립해줬다. ‘모두가 즐기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라든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는 것, 문가에 와서 노래를 부르는 캐럴 합창단,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것, 크리스마스 파티, 크리스마스 트리 모두 이 시대에 정립된 이미지다. 심지어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조차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로 인해 유행하게 된 것이니 놀라울 따름이다. 디킨스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영국의 아이들이 “이제 크리스마스는 없는 건가요?”라고 물었다는 일화는 당시 찰스 디킨스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대변한다.

20년 전 TV 방영을 위해 제작된 뮤지컬 ‘크리스마스 캐럴''을 보면서 자선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크리스마스 캐럴(2004)
//youtu.be/mgRZERZ_mIk?si=OgZB5PnQT1ZpE2s5



류재준 그레고리오, 작곡가 /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앙상블오푸스 음악감독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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