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시기(Tempus Nativitatis)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주님 세례 축일’은 연중 시기에 있다고 오해받기도 한다. 전례서에 연중 제1주일이라는 전례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마 미사 경본」을 포함한 공식 전례서에는 언제나 성탄 시기로 분류된다.
주님 세례 축일은 말 그대로 예수 그리스도가 요한 세례자에게서 세례를 받아 메시아로서 공적인 생애를 시작하심을 기념하는 날이다. 요한 세례자는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리스도가 사람의 몸을 가지고 태어나, 사람에 의해 세례를 받아 메시아의 길을 걷는다는, 어찌 보면 불필요하고 달리 보면 방대한 서사가 인상적이다.
요한 세례자는 구약 시대 최후의 예언자로 불린다. 말라키가 구약의 마지막 책이고, 이후 400년간 선지자가 없다가 예수님께서는 요한이 잡히고 난 후 구원의 길을 시작하셨다. 예수님께서도 “모든 예언서와 율법은 요한에 이르기까지 예언하였다. 너희가 그것을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요한이 바로 오기로 되어 있는 엘리야다”(마태 11,13-14)라고 하셨다.
요한 세례자의 생애는 희생과 고행의 연속이었다. 예수님이 오시기 전 광야에서 낙타 가죽을 입고 고된 생활을 했으며, 30세부터는 요르단 강으로 가서 사람들에게 물로 세례를 베풀었다. 제사장의 아들이기에 특권층으로 호의호식할 수 있었지만 요한은 세속적인 영화를 마다하고 메시아의 등장을 알리는 전령의 역할에만 충실하였다.
이후 요한 세례자는 동생을 죽이고 동생의 아내를 취한 헤로데 왕과 그의 아내 헤로디아를 비판했다가 감옥에 갇히게 된다. 헤로디아가 왕의 생일 잔치에서 딸인 살로메 3세에게 춤을 추게 하고, 이에 매우 만족한 헤로데는 살로메에게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하자 요한의 머리를 요구한다. 이 비극을 생생하게 담은 예술 작품이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와 이를 각색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다. 특히 오페라에서 살로메가 헤로데 앞에서 춘 ‘일곱 베일의 춤’은 모든 소프라노에게 동경과 공포의 무대가 되기도 하였다.
살로메는 원래 히브리어로 평화를 상징하지만 현재는 퇴폐·배신·관능의 대명사로 불린다. 구스타프 말러는 슈트라우스에 대해 약간의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 곡에 관해서만은 “우리 시대 최고의 작품이라고 굳게 확신한다”고 극찬했으며, 자신이 직접 지휘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당국의 반대로 뜻을 접었다. 대담한 불협화음과 무조음악에 가까울 정도의 근대적 수법을 구사하는 동시에 작곡가 슈트라우스가 지향하던 후기 낭만파 특유의 감미로움과 아름다운 선율이 조화된 화려한 작품으로, 현재는 고전 오페라와 현대 오페라를 나누는 기준으로 손꼽힌다. 발레로 구성한 ‘일곱 베일의 춤’을 들어보자!
//youtu.be/6oVaIuMI0II?si=q0vm854M9Y9w9QUJ
작곡가 류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