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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삶·철학 담은 책 재조명… 관련 영화도 역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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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의 한 서점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서전과 강론집 등이 진열되어 있다.


교황이 직접 집필한 첫 자서전 「희망」
기자와 나눈 대화 정리한 「나의 인생」
종교 부문 베스트셀러 각각 1·3위 기록
방북 협상 비화 담긴 「나는 갈 것…」눈길

영화 ‘콘클라베’ 상영관·관람객 급증
2019년 공개한 ‘두 교황’도 다시 화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가 마무리됐지만 세계적인 추모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교황의 삶과 철학을 되새기는 책과 영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먼저 지난 3월 출간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자서전 「희망」(가톨릭출판사)과 「나의 인생」(윌북)을 찾는 독자가 크게 늘었다. 「희망」은 선종 직후인 4월 21~27일 온라인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종교 부문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예스24 집계에서도 「희망」과 「나의 인생」이 종교 부문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가톨릭출판사는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 「희망」의 판매량이 직전 주보다 10배 정도 늘었다”고 밝혔고, 윌북 관계자도 “4월 21~24일 「나의 인생」 판매가 직전 나흘간에 비해 20배가량 증가했다”고 전했다.

「희망」(원제 ‘Spera’)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6년간 직접 집필한 최초의 교황 자서전이다. 당초 교황 사후에 공개될 예정이던 책은 2025년 가톨릭교회 정기 희년을 맞아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동시 출간됐다. 교황은 생애 주기를 따라 삶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는 가치인 ‘희망’을 다채로운 에피소드와 함께 노래했다.

한편 이탈리아에서 이미 2024년 봄에 소개된 「나의 인생」은 이탈리아 민영 방송사 메디아셋의 바티칸 전문 기자 파비오 마르케세 라고나가 교황과 나눈 대화를 정리한 책이다. ‘역사를 통한 나의 이야기’라는 원제에 맞게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특별한 증인의 목소리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유대인 학살, 달 착륙, 베를린 장벽 붕괴, 9·11 테러, 코로나19 팬데믹 등 20세기와 21세기에 일어난 주요 사건을 돌아본다.

두 책의 공통점은 이주민 가정에서 태어나 사제성소를 느끼고 라틴 아메리카 출신 최초의 교황이 되기까지, 또 12년의 재임 기간 동안 보여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솔한 삶과 소탈한 모습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데 힘쓴 일관된 철학이다. 교황은 ‘하느님의 종들의 종’으로, 고령에도 세계 곳곳에 찾아가 전쟁 종식과 평화를 피력했고, 교회 개혁은 물론 이주민과 가난한 사람·여성·동성애자 등 사회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것을 당부한다. 또 스스로의 마지막을 예견이라도 한듯 “베드로 후계자로서의 사명이란 목숨이 다할 때까지”라며 “품위는 지키되 다른 그리스도인들처럼 소박한 장례 예식을 치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남다른 행보가 담긴 책이나 강론집 등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소개된 ‘프란치스코 교황 방북 프로젝트’도 눈에 띈다.

「나는 갈 것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메디치미디어)는 이백만(요셉)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가 엮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협상 비화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으로 열기가 대단했던 한반도는 4년 뒤인 2018년 다시 한 번 요동쳤다. 교황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이 있으면 방북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원칙과 관례에 얽매이지 않고 평화를 위해 돌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면모는 방북 프로젝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교황은 전통적으로 사제가 없는 나라를 방문하지 않는다. 교회법에 따른다면 사실상 가톨릭 사제가 없는 북한 방문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교황은 사제들의 반대에도 방북 의사를 명확히 드러냈다. “나는 교황이기 이전에 선교사다. 사제가 없기 때문에 갈 수 없다가 아니라 사제가 없기 때 문에 가야 한다.”(189쪽)는 것이 그 이유였다.
 
영화 ‘콘클라베’ 프로덕션 스틸컷. 출처=엔케이컨텐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협상 비화를 담은 「나는 갈 것이다, 소노 디스포니빌레」가 최근 출간됐다.


다만 방북에는 다섯 가지 조건이 있었다. △가톨릭 공동체의 법적 지위 확보 △교황청이 인정한 사제의 미사 집전 허용 △가톨릭 신자의 자유로운 미사 참례 △모든 종교범 석방 △종교단체의 인도적 지원 허용. ‘선교의 자유를 허용하라’는 말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들 요구 조건을 통해 결국 베트남이나 중국 수준의 종교 개방, 즉 선교의 자유를 확보하려는 것이었다. 교황청은 또 평양교구 주교좌성당과 베네딕도회 덕원수도원 등 분단 이전 북한에 있었던 가톨릭 시설의 복원도 추진했다.

하지만 교황 방북은 성사되지 못했다. 2019년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른바 ‘하노이 노 딜’로 9부 능선을 넘었던 방북 프로젝트마저 물거품이 됐다.

당시 교황 방북 프로젝트의 주역인 이 전 대사는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교황의 가슴과 머리에는 항상 한반도가 있다”며 “교황 방북 프로젝트가 언젠가 다시 추진될 때 이 책이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차기 교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교황 선거인 ‘콘클라베’를 소재로 한 동명의 영화는 역주행 중이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콘클라베’는 4월 27일 전국에서 4559명의 관객을 모았다. ‘콘클라베’는 3월 5일 국내 개봉돼 21일 만에 20만 관객을 돌파하며 독립·예술영화 부문 박스오피스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나, 개봉 한 달을 지나며 4월 들어 20일까지는 하루 관객 수가 1000명 안팎 수준이었다. 그러나 교황 선종 이후 바로 증가세로 돌아서 27일 기준 독립·예술영화 부문 예매 순위 2위, 전체 7위를 기록했다. 상영관 수도 90곳 정도에서 27일 176곳으로 늘었다.

‘콘클라베’(감독 에드워드 버거)는 로버트 해리스 작가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각색상, 영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각색상 등을 차지했다. 영화는 콘클라베를 총괄하는 추기경 로런스(랄프 파인스)의 시선으로 교황 선출 과정을 기록한다. 상상력이 더해진 허구의 이야기이지만, 교황을 선출하는 특별한 투·개표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콘클라베(conclave)’의 사전적 의미는 ‘열쇠로 잠그다’는 뜻으로, ‘외부와 차단된 교황 선거 장소’를 말하기도 한다. 여느 선거처럼 직접·비밀 투표로 진행되지만, 교회 밖 선거와 달리 후보나 공약·선거운동 등이 없다. 오직 성령께 의탁해 출석한 선거인 2/3 이상의 표가 모아질 때까지 투표를 이어나가는 방식이다.

실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12일부터 시작된 콘클라베에서 이틀째 이뤄진 다섯 번째 투표를 통해 교황으로 뽑혔다. 당시 언론 등이 주목한 유력한 후보는 아니었다.

그런가 하면 2019년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두 교황’(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레스)도 다시 화제다. ‘두 교황’은 자진 퇴위한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뒤를 이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만남을 토대로 다른 듯 닮아 있는 두 교황의 삶과 생각을 담아냈다. 안소니 홉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가 각각 두 교황을 연기해 몰입도를 높였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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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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