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 / 코스탄테 베르셀리·제오르제스 가리브 / 이인섭 신부 옮김 / 가톨릭출판사
“전례 안에서 동정 성모님을 특별히 기념하는 단계로 넘어간 것은 중세 시기였다. 이 시기에는 축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없었다. (중략) 이 시기 성모님의 ‘특권’과 그분의 ‘은총의 중재자’로서의 특별한 역할은 마리아론의 확고한 근거가 되었고, 이에 미사와 시간 전례에서 그분의 개별 덕목을 기념하는 양식이 형성되었다. 더불어 여러 발현과 계시가 인준되었으며 그분에 대한 특별 신심도 허용되었다. 이처럼 새롭게 제정된 축일은 체계적 신학보다 신심이 더욱 우선되는 경우가 많았다.”(33쪽)
가정의 달인 5월은 교회 안에서 성모 성월이기도 하다. 가톨릭교회는 성모님을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한 믿음의 모범이자 인류 구원을 위해 자신을 내어 맡긴 첫 번째 신앙인으로 공경한다. 우리와 같은 ‘인간’이기에 더더욱 신앙생활에서 의지하고 본받아야 할 분으로 성모님을 바라보며, 성모 성월에는 특별히 묵주 기도와 찬미가를 바치며 전구를 청한다.
「성모님께 바치는 찬가들」은 동방 교회와 서방 교회의 찬가 97편과 그에 대한 설명을 수록한 책이다. 431년 에페소 공의회를 기점으로 성모님의 생애를 기념하는 축일이 제정되고, 성모 신심이 전례적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인 흐름 속에 성 식스토 3세 교황(재위 432~440)은 로마 에스퀼리노 언덕에 성모님께 봉헌된 첫 대성전을 축성하기도 했다.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안장된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이다.
이후 성모 신심은 음악·그림·시 등 예술적인 표현을 통해 더욱 다채롭게 확산된다. 성모 찬가도 생겨났다. 마니피캇, 비잔틴 전례에서 전해지는 성모 찬송, 라틴 교회의 성모 찬미가, 중세 수도원의 기도문, 성모 승천 대축일 찬가, 그리스 및 콥트 전례에서 불린 성모 성월 찬가 등 시대와 문화별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는 각 시대의 역사적·문화적 배경 속에서 성모님을 어떻게 찬미해 왔는지, 또 성모 찬가가 교회의 전례와 신학 안에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살펴본다. 이를 위해 아타나시오·요한 다마스쿠스·암브로시오·아우구스티노 등 동·서방 교회의 교부 성인들이 남긴 찬가와 그 시대적 배경·신학적 의미에 대한 설명을 더했다.
찬가 13
경외하올 동정녀, 하느님의 어머니
은총이 가득하신 분이여
주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시도다
당신께서는 여인 중에 복되시며
당신 태중에 계신 아기도 복되시니
당신께서 우리 영혼의 구세주를
낳으셨기 때문이어라
비잔틴 전례서에서 가져온 것으로 우리에게 전해진 것들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찬가 13은 성모송의 도입부로 보이고 (중략) 여기에서 성모송(이집트에서 발견된 5세기경의 도자기 조각, 오스트라콘에 새겨진 것에서 축약된 형태가 발견됨)의 더욱 원시적 형태의 핵심 구성이 바오로를 비롯한 신약의 저자들이 이미 사용한 고대 그리스도교 성가와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88쪽)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