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뮤익의 '마스크Ⅱ'. 사람의 얼굴보다 훨씬 크게 제작된 마스크는 주름과 수염, 피부톤까지 사실감을 더한다.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은 만물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는 달이다. 하지만 빛의 이면에는 어둠이 있듯이 삶과 죽음 역시 공존한다. 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공연과 전시를 소개한다.
5·18 다룬 연극 ‘짬뽕’
2004년 초연 이후 매년 무대에
김원해 배우 18일 특별 출연
연극 ‘짬뽕’ 공연 장면. 제공 극단산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광주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먼저 45년 전 5월 치열했던 광주의 열흘을 담은 연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가 15일부터 나흘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공연되고, 당시의 기록인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10월 19일까지 시각적인 이미지로 전시된다. 광주시립교향악단은 ‘형제들’이라는 부제로 연대와 저항의 정신을 30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연주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연극 ‘짬뽕’이 지난 1일부터 공연되고 있다. ‘짬뽕’은 1980년 5월 광주의 한 중국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블랙 코미디다. 배달원이 짬뽕을 내놓으라는 군인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그 작은 일이 광주 전체에 엄청난 혼란을 일으켰다는 설정이다. 인터넷은 물론 매체마저 제한적이던 시절, 작품은 거짓 정보로 이유도 모른 채 그날을 겪어야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비극적인 현대사를 담아낸다. 주제는 무겁지만, 배우와 관객이 실제로 짜장면과 짬뽕을 먹는 등 극은 시종일관 유쾌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시대의 모순과 상처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2002년 직접 극을 쓴 윤정환(프란치스코) 연출은 아직 대한민국에 유효한 이야기라는 생각에 2004년 초연 이후 제사를 지내듯 매해 5월 ‘짬뽕’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18일에는 특별히 김원해 배우도 출연한다. 생활고에 연기를 접고 김밥집을 차린 무명의 그를 다시 무대에 돌아오게 한 작품이 ‘짬뽕’이었다. 윤 연출은 “‘배우 김원해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불러냈다”며 “형님 역시 우리나라를 사랑하고 작품의 메시지를 생각해 바쁜 일정에도 18년째 출연 중”이라고 말했다.
6월 1일까지 대학로 여행자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2-6414-7926, 극단산
론 뮤익 개인전
극사실주의 인체 조각으로 명성
대형 두개골 형상 ‘매스’ 압도적
대형 두개골 형상을 쌓은 론 뮤익의 ‘매스(Mass)’ 앞에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Ron Mueik, 67)의 회고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 쓰이는 소품을 제작하다 극사실주의 인체 조각들로 명성을 얻은 뮤익은 재료와 기법 등에 있어 현대 조각의 경계를 확장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생생한 표현 방식과 달리 작품은 인류의 오랜 숙제인 존재와 삶에 대한 철학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모공과 핏줄까지 선명하지만 뒷면은 비어 있는 ‘마스크Ⅱ’(2002), 가로 6m가 넘는 작품 속 인물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침대에서’(2005), 미술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온 어머니와 아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쇼핑하는 여인’(2013) 등 실제보다 더 진짜 같은 작품을 통해 현대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외로움·취약함·불안감 등을 드러낸다.
특히 대형 두개골 형상을 쌓아올린 ‘매스(Mass)’(2016~2017)는 규모와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각각 60㎏의 무게에 높이 1.2m 크기인 두개골 100개가 층고 14m에 달하는 전시장에 쌓여 있는 모습은 전쟁·전염병·기후위기 등 재난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가 프랑스 파리 카타콤(지하 묘지)을 방문했을 때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이고 무너져내린 뼈들을 보고 영감을 얻은 작품이기도 하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는 7월 13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 02-3701-950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