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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의 트라우마 」 참혹했던 전쟁 상처 치유하는 ‘생명과 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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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아 우리신학연구소가 「6·25전쟁의 트라우마」를 출간했다. 이 책은 단순한 전쟁사 서술을 넘어, 여전히 우리 사회 깊은 곳에 뿌리내린 전쟁의 상처와 아물지 못한 아픔을 성찰하며 치유와 화해의 실마리를 모색한다.


저자인 박문수(프란치스코) 우리신학연구소 소장은 대전 산내 곤령골 유해 발굴 현장에서 마주한 참혹한 현실을 계기로 전쟁 피해의 실상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게 됐다. 발굴 현장에서 마주한 모습은 그에게 심한 몸살과도 같은 충격을 안겼고, 이 체험 이후 「가톨릭평론」에 연재한 글들을 바탕으로 이번 책을 엮어냈다.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는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다. 저자는 "트라우마는 세대를 넘어 그대로 전수되거나 오히려 더 깊어진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12·3 내란 시기와 같은 현대의 정치적 사건 속에서도 6·25전쟁 피해자 유족들은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으며, 과거 국가 폭력의 상처는 현재의 사회적 병리 현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반공·반북 정서, 미국에 대한 복합적 감정, 반중 정서, 군사독재 정당화 등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다양한 정치적·사회적 분위기 속에도 이러한 트라우마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책은 전쟁 중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피난길의 참상, 연좌제의 고통을 구체적으로 증언한다. 포탄에 파괴된 가정, 인민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들, 미군 오폭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전쟁이 개인들에게 남긴 깊은 공포와 상흔이 생생히 담겨 있다. 생존을 위해 본능에 충실해야 했던 선택, 때로는 남을 고발하거나 부역해야 했던 부끄러운 기억 등은 전쟁이 남긴 또 다른 상처로 남았다.


이런 개인의 고통은 곧 사회 전체의 트라우마로 확장됐다. 오랜 독재와 침묵의 세월 동안 상처들은 오랫동안 은폐되고 침묵 속에 묻혀 있었다. 저자는 “이제야 겨우 그 트라우마를 돌아보기 시작했을 뿐”이라며 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야말로 치유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국가주의와 이념으로 왜곡된 ‘공식 기억’을 넘어, 한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라는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볼 때 비로소 치유의 실마리가 잡힌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해자들은 기억과 해석의 권한을 쥐고 있고, 피해자들은 진실 규명의 첫 단계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이 역사적 실어증을 풀어내기 위해 사실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이 가장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특별한 수식이나 해석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사실을 충실히 기록하고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6·25전쟁의 트라우마」는 우리신학연구소 ‘기억과 기록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한국 민족사와 교회사 그리고 평신도 신학의 관점에서 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기록하고 성찰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6·25전쟁의 실상과, 이 전쟁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를 새롭게 성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전쟁 중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을 조금이라도 기억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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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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