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선종한 이일훈 건축가는 생전에 삶의 태도에 관한 질문을 담아 채와 ‘나눔’을 합친 ‘채나눔’ 건축론을 폈다. ‘불편하게 살기(불편함을 받아들이고), 밖에 살기(자연을 가까이 접할 수 있는 바깥 공간을 만들고), 늘려 살기(동선을 늘린다)가 환경에도 이롭고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제안이다.
그는 한국 순교 복자 성직 수도회 자비의 침묵 수도원, 인천교구 숭의동성당 등 종교 시설뿐 아니라 기찻길 옆 공부방, 전국 국어교사 모임 살림집 등 사회적 건강함이 읽히는 건축에도 힘을 쏟았다.
책은 2005년 발행된 그의 건축 에세이 「모형 속을 걷다」 에, 건축가가 이후 쓰고 하드디스크에 남긴 글을 더한 것이다. 수록된 이미지들은 건축 지도와 사진, 다른 이들이 이일훈 건축가로부터 받아 간직해온 인쇄물이다. 이웃의 삶을 건축으로 껴안고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를 건축으로 그렸던 저자의 건축 철학을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