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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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신앙선조들은 세계에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

바티칸 선교박람회 100주년 특별전... 9월 14일까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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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교회 상징나무. 출처=대구대교구 사료실

박람회 출품목록 토대로 조선관 재현

유물·예술품 270여 점 한자리에

조선교회 상징나무·기와집 모형 눈길



바티칸 선교박람회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Anima Mundi(아니마 문디, 세상의 영혼들)’가 지난 5일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 개막했다.

1922년에 즉위한 비오 11세 교황은 1925년 성년을 선포하며 바티칸 선교박람회 개최 계획을 전 세계에 알렸다. 발명품이나 기술의 진보를 선보이는 기존 산업박람회와 달리, 선교박람회는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 민족의 고유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전제돼야 함’을 보여주고자 개최됐다. 폐막 이후 각국에서 출품된 물품들은 바티칸 민족학 박물관으로 이관되었고, 현재 이 박물관은 ‘Anima Mundi(세상의 영혼들)’로 불리고 있다.

당시 한국 천주교회는 순교자들의 첫 시복식을 앞두고 있던 데다 교회 창설 이후 100여 년 동안의 박해와 순교를 견뎌낸 조선의 신앙공동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참가 준비에 들어갔다. 일제강점기였으나 서울대목구의 뮈텔 주교와 드브레 보좌 주교, 대구대목구의 드망즈 주교, 원산대목구의 사우어 주교가 모여 별도의 조선주교회의를 구성했고, 신자들을 대상으로 조선 전역에서 물건을 모았다. 1000여 가지의 물품을 배에 실어 바티칸으로 향했으며, 박람회 현장에서 일본과는 별도로 ‘조선관’을 기획해 전시했다.

박람회 참가에 앞서 주교들은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출품할 물품의 종류와 교구별 업무 분장, 신자들의 참여를 독려할 내용들을 결정했고, 비용과 포장·발송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모인 물품은 소달구지에 실어 백동(지금의 혜화동)에 두었으며, 목록과 설명문을 적은 꼬리표를 일일이 물품에 달았다.

100년 전 신앙 선조들은 이 땅의 어떤 모습을 세계인에게 전하고 싶었을까. 이번 전시는 현전하는 박람회 출품목록을 토대로 조선관을 재현한 것이다. 국내 16곳의 박물관과 수도원을 비롯해 바티칸 민족학 박물관에서 대여한 총 270여 점을 선보인다.

당시 조선관 가장 앞자리에는 ‘조선교회 상징나무’가 전시되었다. 1784년 이승훈의 세례와 함께 한국 교회가 자라나기 시작해 1911년 대구대목구, 1920년 원산대목구, 1922년 평양대목구가 새로운 가지로 뻗어나온 모습이다. 몸통의 벌레 먹은 흔적에 1801년·1839년·1846년·1866년이 표시된 것은 각각 신유·기해·병오·병인박해를 의미한다.
 
숭공학교에서 만든 기와집 모형. 출처=바티칸 민족학 박물관
 
드망즈 주교의 주름상자식 사진기. 출처=대구대교구 사료실
 
드망즈 주교가 직접 촬영하고 인쇄한 사진들. 출처=대구대교구 사료실
1925년 바티칸 선교박람회 출품 목록 물품 No.37-800. 출처=한국교회사연구소
1794~1923 교세표 및 (의자에 앉은)뮈텔.(왼쬑부터)드망즈.드브레.사우어 주교. 출처=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100년 전 선조들의 일상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물품이 전시되어 있다.

재현된 조선관에는 대형 기와집 모형이 자리하고 있다. 원산대목구 성 베네딕도 수도회가 운영한 숭공학교에서 만든 것으로, 조선의 건축을 보여주고자 제작했다. 돌담·서까래·창틀 등의 정교한 묘사가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하다.

기부자 명단인 ‘물품금품씨명부’와 주교들이 수집을 위해 15개로 분류한 카테고리 문서 등은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또 우리나라 최초의 양봉 교육 교재이자 유일한 원본인 「양봉요지」 [1918년 독일 카니시 퀴겔겐 신부(한국명 구걸근) 저술]도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와 수많은 사진도 눈에 띈다. 드망즈 주교의 주름상자식 사진기와 주교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이다. 1906년 창간한 경향신문을 담당했던 주교는 신문에 글과 함께 삽화를 넣었고, 매일의 생활도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는데, 그 사진만 800여 장에 달한다. 주교는 언어가 다른 세계인에게 번역이 필요없는 65장의 사진을 통해 조선을 소개하고자 했다. 한반도의 자연풍광을 비롯해 농경과 수공업 현장, 놀이문화, 성당과 공소, 선조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밖에 조선대목구 교구도 및 교세표부터 철마(서낭당에 모시는 수호신의 일종)신상 목장승·동달이(무당이 굿할 때 입는 옷) 등 민간신앙에서 이용된 물품들, 반상기·실패·아얌(여성용 겨울 모자)·필가(붓걸이) 등 일상을 엿볼 수 있는 물품까지 다채롭게 전시되어 있다.

100년 전 바티칸에는 전 세계에서 도착한 10만 점 가운데 4만 점이 선정돼 전시되었고, 1926년 1월 폐막까지 100만 명의 순례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비오 11세 교황은 “이 박람회가 세계문화대백과사전을 보는 것 같다”며 “전 세계인들에게 인류의 다양성을 보여주었다”고 극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2019년 바티칸 민족학 박물관 재개관식 연설에서 “유물과 예술품은 결국 민족의 마음에서 나온 것이며, 민족의 마음에서 다른 민족의 마음으로 전하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관장 원종현 신부는 “100년 전 박람회에 출품되었던 유물과 예술품을 한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넘어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깃든 만남과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식민 국가에서 세계에서 손꼽히는 문화 강국으로 성장해 온 100년의 여정을 돌아보며, 국제사회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기획전은 9월 14일까지 이어진다. 박물관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30~오후 5:30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 02-3147-2403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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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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