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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교회법으로 파헤쳐 보는 유럽 문명 뿌리 「The 깊게 읽는, 법으로 읽는 유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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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준 「라틴어 수업」의 저자 한동일(사무엘) 교수가 다시 한번 독자와 만난다. 이번에는 ‘법’이라는 렌즈로 유럽 문명의 뿌리를 치열하게 파헤친, 「The 깊게 읽는, 법으로 읽는 유럽사」를 새롭게 개정· 증보해 선보였다.


책은 단순한 법 역사 서술을 넘어, 서구 문명의 심층 구조를 읽어내며 그 저변에 깔린 철학적·신학적 사유와 정치·사회적 맥락을 통합적으로 조명한다. 법학자이자 교회법 박사인 저자의 학문적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다.


로마법이 단순한 고대법 체계가 아니라 제국의 통치 철학이었음을 밝히며 시작하는 책은, 이후 중세를 지배한 교회법의 탄생과 확장, 보통법의 다중적 흐름, 근대 시민법과 자연법 사상의 발현, 나아가 유럽연합 헌법 논의까지 연결하면서 유럽사회에서 ‘법’이 단순한 규칙을 넘어 정신이며 문화였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내용의 중심축 중 하나는 중세 이후 교회법이 유럽의 법체계와 사회 전반에 끼친 막대한 영향이다. 그런 면에서 신자에게는 ‘교회법’이 단지 제도나 규정이 아닌, 하느님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공동체적 지혜였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1140년 「그라치아노 법령집」에서 시작된 교회법의 학문적 역사, 교황령과 공의회의 결정을 반영한 수많은 법령, 혼인법과 유언 제도, 양심의 문제를 다룬 문헌들은 교회가 신앙 안에서 세상을 질서 있게 만들고자 했던 노력의 발자취로 그려진다. 특별히 종교개혁 이후 교회법이 잊히며 유럽의 법과 공동체가 어떤 방향으로 변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오늘날 한국 신자들에게 중요한 성찰을 제안한다.


개정·증보판은 단순한 문장 수정이나 편집의 차원을 넘어, 저자가 강의와 연구를 통해 축적한 풍부한 법제사와 시각 자료를 대거 추가했다. 몇 줄의 설명을 위해 유럽 현지 도서관을 다시 찾았고, 레바논을 두 차례나 방문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라틴어 법언이나, 유럽 현지 사진과 고문헌 자료도 담아 교육적·시각적 밀도를 높였다. 레바논 삼백나무 보존지 및 수도원 전경 등 책에 추가된 사진들은 그 답사의 결실이다. 책은 저자의 이런 수고를 바탕삼아 법과 종교,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유럽의 사유 체계를 독자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모든 학문은 그 대상과 목적을 명확히 인식해야 비로소 학문에 대한 관점들을 배울 수 있고 자신만의 주관을 정립해 나갈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법’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떤 과정을 통해 변화해 왔는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법학은 대부분 ‘실무 법학’ 측면에만 관심을 두다 보니,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답을 찾기 어렵다. 모든 법의 모태가 되는 로마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법학자도 국내에 많지 않은 현실에서, 유럽법이 어떻게 형성돼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연구는 미비했다.


저자는 “그 틈을 조금이나마 메우기를 바랐다”고 저술 동기를 밝히며, “우리 법이 유럽법 특히 교회법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를 확인하면서 기존의 법학 저서들이 결여했던 부분을 채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책은 법이 단지 사회의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가장 정교한 ‘문화적 장치’임을 실감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법을 이해하는 일이 곧 인간과 사회, 또 문명을 이해하는 일임을 깨닫게 해준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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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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