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 이후 첫 선교사 출신인 레오 14세 교황은 탈그리스도화 된 세상 속에서 새로운 방식의 선교를 강조한다. 가난하지만 영적으로 충만했던 페루 오지에서부터, 부유하지만 영적 빈곤에 허덕이는 현대 서구사회까지, 그가 바라보는 선교의 지평은 곧 오늘의 전 세계다.
제267대 레오 14세 교황의 삶과 비전을 담은 전기인 이 책은 물질문명의 중심인 미국과 영적 갈망이 깊은 페루 그리고 가톨릭의 심장인 바티칸을 아우르는 그의 여정을 그린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와 독보적인 접근성, 탁월한 통찰을 토대로 교황의 생애를 세밀하게 조명했다.
교황은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미국 남부 흑인·이민자 혈통이 뒤섞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시카고 남부의 성 아우구스띠노회 사제들은 어린 시절 그의 신앙과 소명을 형성하는 데 깊은 영향을 주었다. 소신학교와 대신학교를 거친 그는 아우구스띠노회 사제로 서품돼 1985년 페루 북부 출루카나스에서 선교를 시작했다.
그의 사목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 곁에서 이루어졌다. 극심한 빈부 격차와 정치적 혼란, 주기적 홍수와 전염병 속에서도 그는 성당과 학교를 세우고, 직접 차를 몰아 시골과 도시를 오가며 주민들의 필요를 살폈다. 물질적 지원과 영적 위로를 함께 전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그를 ‘페루의 그리스도’라 불렀다.
이후 치클라요교구장과 아우구스띠노회 총장을 거치며 전 세계 3000여 명의 수도자를 돌보고, 다양한 문화권의 교회를 직접 경험했다. 또 한국, 오스트레일리아, 콩고, 인도, 필리핀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해 각 지역 교회가 처한 현실을 직접 확인했다. 202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임명으로 교황청 주교부 장관직에 오른 그는 탁월한 경청과 합의 능력, 행정 역량을 높이 평가받았다.
2025년 5월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후 열린 콘클라베에서 교황에 선출됐다. 교황명 ‘레오 14세’에는 대교황 레오 1세의 신학과 레오 13세의 사회교리 전통을 잇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즉위 연설에서 그는 “하느님 사랑의 길을 여러분과 함께 걸으며, 믿음과 기쁨을 위해 봉사하는 종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북미와 남미, 그리고 로마를 잇는 다리를 놓는 인물.”(190쪽) 저자는 “레오 14세의 생애는 ‘다리를 놓는 여정’이었다"며 "그는 사람과 사람, 대륙과 대륙, 그리고 하느님과 인류를 잇는 사목자의 길을 걸어왔고, 이제 ‘레오의 시대’가 열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