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유일 창작 성가곡집 전문 출판사 에파타(대표 이형진 보나벤투라)가 최근 새 성가곡집과 앨범 <그리스도를 통하여>를 발표했다. 이형진 대표(서울대교구 돈암동본당)를 만나 에파타의 활동과 교회음악, 성가 등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그리스도를 통하여>는 에파타가 발매한 다섯 번째 성가곡집이자 앨범이다. 그간 많은 사랑을 받은 작곡가들의 곡과 ‘에파타 창작 성가 공모전’을 통해 엄선한 신진 작곡가들의 <사랑 없이는>, <참 사랑의 성체> 등에 서울가톨릭싱어즈의 목소리가 입혀졌다. 2018년 처음 발표한 성가곡집 <살게 하소서> 이후 한국교회 성가 문화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물이다.
“현재 성당에서 불리는 성가의 70가량은 개신교에서 가져온 노래들 같아요. 대표적으로 많은 성당에서 들을 수 있는 <내가 천사의 말을 한다 해도>는 외국에서 작곡된 유명 개신교 곡이에요. 알게 모르게 이미 개신교 문화가 상당히 천주교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는 거죠. 가톨릭 고유의 성가가 더 많아지고, 널리 퍼져야 해요.”
그가 계속해서 창작 성가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성가곡집을 내는 이유다. 이 대표는 10대 시절 파리나무소년합창단 등의 합창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20대에는 다수 창작 성가 공모전에서 대상과 최우수상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40대 들어 6년여 간 본격적인 합창 성가 공부를 한 끝에 첫 성가곡집을 완성한 그는 직접 가톨릭 창작 성가곡집 전문 출판사를 열었다. 성가곡집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출판사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가톨릭 창작곡이 나오던 시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무단 복제 등으로 인해 창작이 활성화되지 못했고, 점차 쇠퇴의 길을 걷게 됐어요. 작곡가들이 창작에서 손을 떼니 가톨릭교회의 곡은 사라지고, 개신교의 곡을 가져다 쓰게 된 거죠.”
그에 따르면 성가는 ‘하느님’을 함께 찬미하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개신교 문화가 들어오며 가톨릭 교리에 맞지 않는 곡이 미사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바오로 성인의 개신교식 표현인 <바울의 기도>라는 개신교 곡을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곡이 아닌 성가를 과연 하느님이 기뻐하실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한국 영화계에는 극장에서 최소 4분의 1 이상은 한국 영화를 상영하도록 하는 ‘스크린 쿼터제’가 있었어요. 한국 영화 활성화를 위한 보호 제도였죠. 교계에서 그와 같은 제도를 마련하기는 어렵겠지만, 가톨릭 성가 보호와 활성화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가톨릭 창작 성가를 처음 접하고 ‘국내에도 이렇게 좋은 곡이 있었어?’ 하는 분들이 많아요. 가톨릭 전례를 포함하는 아름다운 가톨릭 성가도 많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황혜원 기자 hhw@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