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많은 순례자와 관광객이 찾아 아름다운 성당 건축에 감탄하곤 한다. 하지만 성당 구석구석에 자리한 성미술 작품들은 스쳐 지나가기 쉽다. 그런 성미술 작품에 담긴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가톨릭 미술 해설사들이다.
가톨릭 미술 해설사 회장 김정은(로사) 씨는 “도슨트의 작품 설명을 들으면서 마치 복음 말씀이 정말로 제 안에 기쁜 소식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느낀 적이 있다"며 "그때부터 성 미술품을 설명하면서 하느님 사랑을 전하고 싶다는 열망을 키웠다”고 전했다.
김 씨는 20대 시절,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서 해설을 들으며 느낀 벅찬 감동을 잊지 못한다. 고흐, 밀레 등의 수많은 작품에 종교적 배경이 있었고, 이를 잘 풀어낸 도슨트의 설명에 눈물이 날 정도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 경험을 계기로 2018년 가톨릭 미술 해설사 1기로 활동을 시작했다.
“명동대성당 안에 자리한 작품 가운데 이유 없이 놓인 것은 단 한 작품도 없어요. 그냥 뚝 떨어진 게 아니라,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너무나도 잘 짜인 이야기 같지요.”
여느 미술관이나 박물관에도 도슨트는 있다. 하지만 ‘명동대성당 가톨릭미술이야기 도슨트 프로그램’은 특히 우리 신앙인에게 특별하다. 명동대성당의 청동문에서부터 벽돌 하나하나, 성당 안에 걸린 그림과 조각들 안에 담긴 내용 심지어 그 작품 속 인물들의 위치와 시선 등에 이르기까지. 씨실과 날실을 얽어 비단을 짜듯, 성미술에 담긴 의미와 상징들에서 한국교회의 역사, 그리고 우리 신앙 공동체의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별한 해설이 필요하다 보니 가톨릭 미술 해설사 양성 과정도 엄격하다. 별도의 양성 교육을 수료해야 할 뿐 아니라 심사위원 앞에서 도슨트 시연까지 통과해야 선발될 수 있다. 현재 활동하는 29명 중에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도슨트 경험자도 많다. 이런 우수한 가톨릭 미술 해설사 덕분에 도슨트 프로그램 참여자 설문조사 결과는 만족도 99, 추천 의사 100를 자랑한다.
9~11월 진행되는 하반기 도슨트 프로그램은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도슨트 프로그램 홈페이지(cc.catholic.or.kr/docent)에서 신청할 수 있다. 홈페이지 신청은 조기 마감되지만, 단체투어 예약도 가능하다. 또 가톨릭 미술 해설사들은 올해부터 시니어 아카데미 등에서 ‘찾아가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김 씨는 “가톨릭 미술 해설사 인원이 늘면서 도슨트 프로그램도 최대한 많이 마련했으니, 신자라면 꼭 들었으면 좋겠다”면서 “저희 명칭이 ‘가톨릭 미술 해설사’인 만큼 지금은 명동대성당을 주무대로 활동하지만, 성 미술품을 통해 해설할 수 있는 영역도 점차 넓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리가 아름다운 것을 볼 때면, 하느님께서 잠깐 당신의 얼굴을 보여주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신자들이 저희 해설로 작품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하느님을 만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봉사해 나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