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출신 실향민으로 민족의 애환을 캔버스에 담아 온 이동표(요한 세례자)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대교구 절두산 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관장 원종현 야고보 신부)은 특별기획전시 이동표 작가 초대전 ‘고향의 봄’을 9월 14일까지 개최한다.
이 작가는 황해도 해주예술전문학교 재학 당시 6·25 발발로 강제 징집되며 인민군으로서 전쟁의 참상을 목격했다. 이산과 실향의 아픔이 해소되지 않은 채로 원로작가가 된 이 작가의 작품에는 전쟁의 고통과 상실, 가족과 고향을 향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작가는 슬픔에만 머무르지 않고 성모님에 빗댄 어머니의 모습, 통일의 순간에 대한 행복한 상상 등을 통해 희망도 그려냈다. 전시를 관통하는 ‘고향의 봄’이라는 제목은 마침내 봄이 찾아온 고향 땅을 밟게 될 날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다.
전시는 ▲어머니, 내 영혼의 고향 ▲고향, 꿈에도 그리운 곳 ▲다시 만날 가족 ▲고향의 봄 ▲마음의 안식처 등 6개 테마로 구성됐다. 이 작가만의 강렬한 색채와 터치는 상실로 인한 고통과 그리움, 희망의 정서를 전달한다.
전쟁 중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고통을 표현한 <6·25 피에타>, 황해도의 풍경과 사람들에 대한 향수를 그린 <고향에 가고 싶다>, 성모님의 은총이 북녘 땅에도 닿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은총의 어머니>, 후일 성인이 된 김대건 신부의 탄생을 기뻐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아버지의 사랑> 등 유화와 드로잉 6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원종현 신부는 “이동표 작가의 작업은 신앙과 예술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라며 “작가의 그림 안에서 우리가 지나온 역사를 직시해 고통의 시간에 머물지 않고 ‘봄’을 맞이하리라는 희망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