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있는 나다(Ego sum qui sum).”(「고백록」 7,10,16)
성 아우구스티노의 고백이, 한 사제의 유고(遺稿)를 통해 다시 울려 퍼진다. 병마 속에서도 끝까지 연구와 번역을 이어가며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헌신했던 교부학자 고(故) 변종찬(마태오) 신부(1967~2024)의 평생 결실이 두 권의 책으로 되살아났다.
분도출판사가 펴낸 「아우구스티누스의 외침: 현대를 비추는 지혜」와 「혼돈 속의 질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재발견」은 각각 미완의 원고와 생전의 학술 논문을 토대로 완성됐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외침」은 변 신부가 선종 전까지 집필하던 원고를 여러 신학자가 검토·보완해 완성한 연구서다. 기획 과정부터 특별했다. 저자는 생전, 한국 사회와 한국 가톨릭의 맥락 속에서 “왜 지금 아우구스티노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꾸준히 글을 썼다.
단순히 사상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독자에게 어떻게 ‘현재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선종 후, 유품으로 남은 컴퓨터에서 완성되지 않은 초고 원고들이 발견되자 이런 문제 의식에 공감한 서울대교구와 수도회 소속 여러 신학자가 유고를 분담해 정독하고 보완했다.
그 결과 책은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정체성을 반영해 철학자·신학자·수도자·사목자라는 네 가지 시선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성인의 지성과 영성, 사목과 공동체가 하나로 융합된 살아 있는 신학’을 만나게 된다. 한 저자의 작업을 넘어, 한국 가톨릭 신학 연구자들이 함께 빚어낸 공동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혼돈 속의 질서」는 변 신부가 「가톨릭신학과 사상」, 「사목연구」, 「중세철학」, 「서양중세사연구」 등에 발표한 아우구스티노 및 교부 관련 논문 17편과, 요한 크리소스토모에 관한 미발표 원고 한 편을 묶은 논문집이다. 아우구스티노의 우정 개념, 부정신학, 죽음과 창조, ‘의로운 전쟁’ 사상 등 주요 주제를 다루는 제1부, 수도생활과 사제직에 대한 분석을 담은 제2부, 그리고 그레고리오 대교황과 치프리아노, 요한 크리소스토모 등 다른 교부의 사상을 폭넓게 소개하는 제3부로 구성됐다.
아우구스티노와 여러 교부에 관한 헌신적 연구가 집대성된 이 책에는, 로마 성 아우구스티노 교부학 대학에서 학부 과정부터 다시 시작해 외국어와 고전을 탐독하며 10년에 걸쳐 박사학위를 마친 변 신부의 학문 여정이 담겨 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외침」이 성인의 삶과 사상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린 신앙적 메시지라면, 「혼돈 속의 질서」는 그 메시지의 학문적 기반을 집대성한 기록이다. 전자는 일반 신자와 독자가 성인을 가까이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후자는 연구자와 교부학 전공자에게 견고한 자료와 해석의 틀을 제공한다.
두 책의 출간은 단순한 유고 정리를 넘어선다. 교부학 연구 기반이 넓지 않은 한국 가톨릭 신학계에서, 저자의 연구와 글은 신학자뿐 아니라 평신도들에게도 교부 사상을 접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책들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어, 어느 쪽을 먼저 읽더라도 독자는 아우구스티노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고 넓게 확장할 수 있다.
변우찬 신부(요한 사도·서울대교구 답십리본당 주임)는 서문에서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고 복음을 전하는 일에 평생을 바친 동생의 삶을 회고하며, "이 책들이 전문 연구자뿐 아니라 일반 신자들의 신앙생활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