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선조들의 순교 아래 뿌리내린 한국교회의 역사를 ‘빛’으로 나타낸 전시가 마련됐다. 한국교회 첫 미사 230주년 기념 가회동성당 특별초대전 ‘빛의 순례’가 9월 7일부터 28일까지 서울대교구 가회동성당(주임 황중호 베드로 신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조선 땅에 처음 파견된 선교사, 복자 주문모(야고보) 신부가 1795년 가회동성당 관할 북촌 최인길(마티아)의 집에서 봉헌한 한국교회 첫 미사 230주년을 기념한다.
가회동은 한국교회 첫 세례자 하느님의 종 이승훈(베드로)이 북경에서 돌아와 최초의 신앙 공동체를 형성한 곳이자, 을묘박해(1795)와 신유박해(1801)를 거쳐 순교한 북촌 일대 신앙 선조들을 기리는 천주교 서울 순례길 ‘생명의 길’ 시작점으로 역사와 의미를 품은 곳이다.
전시는 ▲신앙의 빛 ▲생명의 빛 ▲희망의 빛 총 3개 테마로 성당과 역사전시실, 한옥 은선재에서 마련된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없는 성당에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설치해 ‘신앙’과 ‘빛’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가톨릭스테인드글라스회(담당 정순오 미카엘 신부, 회장 박정석 미카엘)와 한국 유리화의 선구자 고(故) 이남규(루카)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첫 번째 테마 ‘신앙의 빛’은 어둠 속에서 신앙의 길을 밝힌 등불과도 같은 첫 미사를 떠올리게 한다. 제대 위 천창에 놓인 박정석 작가 작품 <빛의 길>은 다채로운 색채의 빛의 길을 성전에 그려 낸다. 푸른빛은 하늘의 평화와 고요를, 작품을 가로지르는 노란빛은 부활과 영광을 의미한다.
두 번째 테마는 가톨릭스테인드글라스회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며진다. 작가 44명의 작품은 퍼즐 조각처럼 모여 하나의 ‘종’을 만든다. 이는 순교자들의 신앙이 공동체를 이루고, 그들의 희생이 오늘날까지 ‘생명의 빛’으로 이어졌음을 나타낸다.
역사전시실 한편에는 기도 공간이 마련된다. 이남규 작가의 <한복 입은 성모자> 유리화와 본당 신자들과 황중호 신부 등이 직접 만든 21개의 초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마지막 ‘희망의 빛’은 부활을 주제로 한다. 박정석 작가의 스테인드글라스 패널 <고난 속에서 부활을 갈망하며>, <부활의 영광을 향하여>가 은선재의 아름다운 풍경과 조화를 이루며 한 마리 나비 형태를 띤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을 시각화한 날카로운 조각들과 보랏빛의 찬란하고 화려한 무늬는 대조를 이뤄, 애벌레가 나비로 성장하듯 십자가의 죽음이 부활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본당은 9월 7일 교중 미사 후 정민(베르나르도)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의 ‘북촌 교회와 순교 영성’ 강의, 박은진(엘리사벳) 가톨릭 미술 해설사의 전시 해설을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마련한다. 전시 해설은 매주 수요일 오전 미사 이후에도 들을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지형(안나)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희망의 순례자’라는 희년 주제와 연계해 ‘신앙의 빛’을 재조명한다”며 “성당이 빛을 만나기 위해 지나온 여정은 관람객을 영적인 순례로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황중호 신부는 “주문모 신부님이 이 땅에서 첫 미사를 봉헌한 지 23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하느님의 빛을 통해 첫 미사 봉헌의 벅찬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