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파는 신부님’으로 잘 알려진 이문수 신부(가브리엘·글라렛 선교 수도회)가 이번에는 책으로 청년들을 만났다. 「청춘이라는 레시피」는 저자가 지난 수년간 현장에서 직접 만난 청년 열여덟 명의 사연을 담은 작품이다. 각자의 개성과 아픔, 빛을 안고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사제 특유의 따뜻한 눈길과 애정 어린 필치로 기록했다.
이 신부를 찾아온 청년들에게서 우리 사회 구석구석,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드리운 그림자를 엿볼 수 있다. 청년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의 무거움 뿐만 아니라 ‘나를 도와줄 사람이 하나도 없구나’라는 외로움과 절망 탓에 더 큰 수렁 앞에 발을 디디고 위태롭게 서 있다.
이 신부는 몇 해 전 방송과 언론을 통해 소개된 청년 식당 ‘청년밥상문간’을 시작으로, 이처럼 녹록지 않은 삶을 사는 청년들과 꾸준히 함께해 왔다. ‘청년희망로드’라는 이름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함께 걷고, ‘2030청년영화제’를 열어 청년들의 꿈을 응원했으며, ‘세대공감잇다’ 출판 프로젝트를 통해 어르신과 청년을 잇는 다리 역할도 했다. 책은 이런 활동 속에서 만난 청년들의 목소리를 묶어낸 결과물이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상이 잠시 멈춰 있던 때와 2022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후 일상의 길 위에서 만난 청년들의 이야기다. ▲청년문간을 지키는 청년들 ▲세상과 치열하게 싸우는 청년들 ▲반짝반짝 빛나는 청년들 ▲산티아고 순롓길에서 만난 청년들 ▲함께 걸었던 청년들의 체험기 등으로 이어진다. 이 신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청춘의 얼굴뿐 아니라, 마지막 장에는 청년들이 직접 쓴 고백이 실려 진솔함을 더해준다.
그의 기록은 단순한 소개를 넘어선다. ‘청년카페문간’에서 쉼표를 얻은 이들, 외로움 속에서도 꿈을 놓지 않은 이들, 자신도 어려우면서 남을 위해 나누는 이들의 이야기는 ‘누군가의 작은 위로가 또 다른 이의 힘이 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세상에 혼자뿐인 그가 용기를 잃지 않았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고마웠던지 남몰래 눈물짓습니다. 많이 외로웠을 테고 앞으로도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에 그의 소명과 분투에 응원을 보내며 저는 기도합니다.”(77쪽)
역대 최악의 취업난, 미래 불안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청년들에게 말없이 곁을 내어주는 이 신부의 모습 속에서 ‘청춘에게는 저마다 고유한 레시피가 있으며, 그것이 모여 세상에 없는 새로운 맛을 낼 것이라는 희망’을 느낄 수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